with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정민수/엠디랑
글쓴이: 정민수
초등학교 3학년 국어 시간, ‘인물에게 마음을 전해요’ 단원. 아이들이 책 속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는 활동은 언제나 교실을 따뜻한 분위기로 만듭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편지를 읽다 보면, 정성 가득한 마음과는 별개로 어딘가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았습니다.
“주인공아, 슬프겠다. 힘내!”
물론 이 마음도 소중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조금 더 깊이 있는 위로를 건네는 법을 배우길 바랐습니다.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 마음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요?
저는 평범했던 이 편지 쓰기 활동을,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깨우는 특별한 ‘미션’으로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편지를 쓰자”라고 말하는 대신, 한 편의 이야기처럼 구체적인 미션을 주었습니다. 바로 GRASPS 모델을 활용한 ‘시나리오’입니다.
<미션 브리핑: 슬픔에 빠진 주인공에게 비밀 친구가 되어주세요!>
너의 역할(Role): 너는 이제부터 이 이야기의 주인공만 아는 유일한 ‘비밀 친구’이자, 그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마음 상담사’란다.
너의 청중(Audience): 이 편지를 읽을 사람은 오직 너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작품 속 ‘주인공’ 한 명뿐이야.
네가 처한 상황(Situation): 주인공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외롭고 힘든 순간, 세상에 자기편은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바로 그 절망적인 순간에 너의 편지가 도착하게 될 거야.
너의 최종 목표(Goal): 주인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가 담긴 편지를 완성하는 것!
네가 만들 결과물(Product): 주인공의 성격과 상황을 깊이 고려한 ‘공감과 위로의 손편지’ 한 통.
이 미션 하나로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글쓰기 과제’를 하는 학생이 아니라, 상처받은 친구의 마음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마음 상담사’가 되었습니다.
미션을 받은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저는 ‘채점 기준표’가 아닌 ‘성장의 지도(루브릭)’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 지도에는 우리의 미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핵심 열쇠가 담겨있다고 설명했죠.
<우리의 미션 성공 지도>
인물 이해: 주인공의 성격과 상황을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가?
공감 표현: 자신의 공감과 위로를 얼마나 진솔하고 적절하게 표현했는가?
정확한 표현: 상황에 맞는 높임 표현과 문법을 정확하게 사용했는가?
아이들은 이 지도를 보며, 단순히 글자 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을 담아, 정중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미션의 진짜 목표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설계 속에서 교실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편지지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인물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처럼 느끼고, 어떤 말이 친구에게 진짜 위로가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마음 상담사’가 되었습니다.
교실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선생님, 주인공이 이럴 때 ‘힘내!’라고만 하면 너무 성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주인공은 씩씩한 성격이니까, ‘너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믿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배운 개념을 총동원하여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경험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성된 편지 한 통이야말로, 아이들의 ‘공감’과 ‘표현’ 능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그 어떤 시험지보다 값진 ‘배움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엠디랑 팟캐스트 https://www.youtube.com/@mdrangnet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이론] 정민수 BOOKK출판사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실제] 정민수 외 BOOKK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