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정민수/엠디랑
글쓴이: 정민수
“자, 오늘부터 새로운 단원, ‘사회 변화’에 대해 배워볼 거예요. 다들 책 8쪽 펴세요.”
혹시 수업을 이렇게 시작하고 계신가요? 저 역시 오랫동안 그래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동태처럼 흐릿해지는 광경을 수없이 마주해야 했죠. 마음 한편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업의 첫 순간을, 지루한 서막이 아닌 설레는 모험의 시작으로 만들 수 있을까?’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제가 발견한 비밀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바로 수업의 시작점을 ‘교과서’가 아닌 ‘아이들의 마음’에서 찾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개념기반 탐구수업의 첫 단계를 ‘개념인식’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단계의 진짜 목표는 개념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 “왜 그렇지?” 하는 작은 호기심의 불씨 하나를 ‘톡’하고 지피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작은 불씨 하나가 앞으로의 모든 배움을 이끌어갈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불씨를 지필 수 있을까요? 제가 교실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3단계 방법을 소개합니다.
모든 배움은 아이들의 삶과 연결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수업을 시작할 때, 교과서 속 낯선 개념 대신 아이들의 친숙한 경험이라는 땔감을 먼저 모아주세요.
(사회과 ‘변화’ 개념 수업) 아쉬운 시작: “자, 사회 변화의 의미에 대해 알아볼까요?” 설레는 시작: (옛날 다이얼 전화기 사진을 보여주며) “얘들아, 이 물건 본 적 있니? 이걸로 배달 음식을 시키려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지금 너희 손에 있는 스마트폰과는 무엇이 가장 다르니?”
아이들의 실제 경험에서 출발하는 질문은, ‘공부’라는 벽을 허물고 배움을 ‘우리들의 이야기’로 만듭니다.
아이들의 경험이 모였다면, 이제 호기심이라는 부싯돌을 ‘탁!’하고 부딪쳐 불꽃을 일으킬 차례입니다.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자료로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죠.
(과학과 ‘관계’ 개념 수업) 아쉬운 시작: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조건에 대해 알아봅시다.” 설레는 시작: (햇빛을 잘 받은 식물과 받지 못한 식물의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며) “두 식물의 운명을 바꾼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체 햇빛이 식물에게 어떤 일을 한 걸까?”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띄우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감정’이라는 바람을 불어넣어 작은 불씨를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로 키워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느낌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그 감정 속에서 개념의 씨앗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국어과 ‘공감’ 개념 수업) 아쉬운 시작: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하며 글을 읽어봅시다.” 설레는 시작: (주인공이 슬퍼하는 장면을 읽어준 뒤) “이 장면을 읽으니 어떤 느낌이 드니? 왜 그런 감정이 들었을까? 혹시 너도 주인공처럼 속상했던 적이 있니?”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이유를 생각하며, “아, 주인공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서 슬펐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공감’이라는 개념의 문을 스스로 열게 됩니다.
수업의 첫 5분. 우리가 무엇을 ‘가르칠까’를 고민하는 대신,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떤 ‘질문의 불씨’를 지필까를 고민할 때, 우리의 교실은 지식을 주입하는 공간이 아닌, 배움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찬 탐험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엠디랑 팟캐스트 https://www.youtube.com/@mdrangnet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이론] 정민수 BOOKK출판사
[이해-과정-가치교육을 살리는 개념기반 탐구수업: 실제] 정민수 외 BOOKK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