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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웰 Sep 10. 2022

홀라당 타버렸을까?

번아웃의 진실.


오픈사전

번아웃증후군검색어 트렌드

뜻풀이부


             1.               '번아웃'과 다양한 증상의 복합적 상태를 나타내는 '증후군(Syndrome)'의 합성어인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은 힘도, 의욕도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출처 : '번아웃증후군': 네이버 국어사전 (naver.com)


첫 행사를 저지르다.

목표를 정하고 가장 처음 저지른 일이 송년행사였다. 

자선파티이면서 꿈이 있는 여성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자는 뜻으로 준비한 행사였던 <리셋미파티> 

파티 장소 섭외에서부터 기획, 큐시트, 후원금, 스텝 모집 등 전부 혼자 고군분투해서 만들어 낸 행사였다. 얼마나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하룻밤을 자고 나면 500g이 빠져 있었을 정도, 아침 6시부터 시작된 미팅은 하루를 꽉 채워도 부족했다. 남은 시간에는 행사 기획을 짜고 밤이 되면 각종 사교모임에 나가 인맥을 늘리기 위해 발버둥 쳤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났고 주로 밥을 사거나 술을 마시며 그들에게 잘 보이려 애를 썼다. 에너지가 쭉쭉 닳았다. 마치 완충 3시간 만에 10%로 줄어드는 스마트폰 배터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후기.

"즐겁고 신선했고 다음 행사가 기대된다" , "이런 파티에 처음 참여해 봤는데 용기를 낸 나 자신을 칭찬한다", "코로나 때문에 무료한 나날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볼거리가 많고 음식이 맛있었다"

좋은 후기로 가득했지만, 사실 자선파티 주최자로서 1원도 남기지 못한 최악의 행사였다. 잔액이 있어야 기부를 할 텐데 잔액은커녕 600만 원을 손해 봤다. 결국은 이 사실도 숨긴 채 내 지갑에서 20만 원을 꺼내 고아원에 기부를 했다.

이전에도 큰 행사를 치뤄 본 경험은 있었지만, 주최는 처음이었고 전체를 총괄하고 지휘할 능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그저 누군가의 도움만을 바랐고,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 갔으며, 알면서 도와주지 않는 지인들에게 서운함만 내비쳤다. 행사를 준비하는 내내 단 하루도 행복한 적 없었다. 

행사 당일에는 이리저리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수습하며 온몸이 꽉 조이는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사방팔방을 누볐다. 장작 8시간을 말이다. 심지어 뾰족한 힐을 신고서.. 아악.!


<사진: 리셋미파티 현장의 기록>


드럽고 치사한.

행사를 마치고 난 뒤, 한 여성협회에서 나에게 공문을 보내왔다. 공문의 내용인즉슨, 내가 사용한 협회명에 대한 심기불편이었다. 한국이라는 단어와 여성협회라는 단어가 들어간 단체명과 이니셜이 그들의 협회와 혼동될 여지가 있으니 이름을 정정하고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내용증명이었다. 나는 기가 막히고 황당했지만 그 내용증명에 답변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 한인사회는 좁고 시끄러워서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더럽고 치사하게 시리.


처절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행사는 끝났다. 나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이 났다.

행사 잘해 놓고 왜 울어? 나도 모르겠는 허탈함과 씁쓸함이 몰려왔다.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도, 사람도, 술도, 책도. 뭐 하나 위로가 되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당하며 하루하루가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기분이 나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고 나는 방황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도저히 모르겠다. 내가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새로운 동반자.

지금 내가 고문으로 있는 XIMO 커피의 대표, 김 대표는 나에게 꽤 신선했다. 그는 내가 하는 대부분의 말에 공감했고 동의했으며 우리는 만나면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고충에 대해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해결해 주고자 했다.

내 경험과 재능, 그의 경험과 재능의 콜라보를 통해 우리는 진보중이다.


혼자가 아니다.

재중한인창업협회의 첫 활동으로 꽃꽂이 동호회를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8명가량의 여성들이 모였다. 플로리스트의 로망을 실현해 보자는 취지로 중국에서의 꽃꽂이 강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매주 주기적으로 만났다.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고 또 갖가지 잡음과 소음을 겪었다. 그렇게 5명의 운영진이 꾸려졌다. 조금은 자유롭게 조금은 타이트하게 밀당 아닌 밀당을 해 가며 운영진의 견고함을 다졌다. 내가 플리마켓을 열자는 제안을 했을 때,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다. 참여 역시 자율에 맡겼지만 운영진들은 열심히 각자의 포지션에서 정성껏 임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나의 팀을 가지고 두 번째 행사인 플리마켓을 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두 번째 행사, 제로 웨이스트 재능 나눔 플리마켓.

플리마켓 현장에 있던 모두가 만족했고, 특히 참여한 셀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심지어 행사 당일, 다음 플리마켓에 참여하고 싶다는 제안도 2건이나 받았다. 손님을 맞이하고 인사하고 셀러들에게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고 돌아다니며 홍보를 했다. 나의 태도는 <리셋미파티>와는 완전히 달랐다. 내가 아닌 셀러들을 위해 움직였다. 그들의 재능이 제대로 홍보되기를 원했고 가치있게 셀링되기를 원했다. 더 나아가서는 브랜딩이 되기를 바랐다. 진심이 통했다. 이번 <제재플리마켓>의 진행으로 XIMO역시 다른 플리마켓 기획사에서 연락을 받기도 했으니 모두가 행복한 결과였다.


https://www.instagram.com/p/CiQQunSPevz/?igshid=N2NmMDY0OWE%3D


마음이 통한다는 것.

한국에 갔다가 중국에 다시 돌아온지 얼마 안된 운영진 중의 한분이 있었다. 격리로 외출을 못한다고 했던 그녀가 갑자기 나타났다. 셀러와 손님 모두가 떠난 현장, 뒷정리를 하며 공허함이 생길랑말랑 했던 그 순간에 한줄기 햇살같이 등장한 그녀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더 행복해졌다. 이런게 바로 팀이고 함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행사와 두 번째 행사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첫 행사를 마친 뒤의 나와 두 번째 행사를 마친뒤의 나는 마치 다른 사람같았다. 왜일까? 목표는 같았지만 차이가 분명했다. 리셋미 파티에서는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인식했고 나의 알파는 턱없이 부족했다. 받아도 받아도 부족하게 느꼈다. 그러니 만족을 할 수 없을 수밖에. 

반면 두 번째 행사는 재능이 있는 셀러들이 있다면 누구든지 오라고 했다. 자리는 내가 만들어 주겠다고, 돈은 받지 않겠다고. 다만 최선을 다해 재능을 팔았으면 한다고. 알파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나는 당당했고 매사에 즐겁고 감사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감사한 마음으로 먼저 하루를 시작했다.


결국, 번아웃이라는 것은 자신의 마인드에 달렸다는 말이다.

주고자 하면 더 얻을 것이고, 얻고자 하면 잃을 것이라는 것.
 


뭐, 결론은 나의 에브리모닝 메시지인 "즐겁고 감사해"로 물리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훗. 번아웃, 까짓 거 홀라당 태워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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