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골린이
휘청 거리고, 방황하고.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날들이었다.
나는 꽤 많은 시간 헤매었다.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누구보다도 행동이 앞섰던 나는 지난 30년간 한결같이 졌다.
나에게도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그랬다.
사는 게 지긋지긋 해졌을 때 즈음 인터넷을 하다가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미생의 한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된다.
이윽고 내 머릿속에 박제된 이 장면은 기어코 나를 운동하게 만들었다.
물론 3년이나 지난 뒤였지만.
체력과는 상관없이, 허세의 목적으로 선택한 골프.
이 녀석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가만히 있는 공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철강의 멘탈이 필요하다.
어쩌다 공이 제대로 맞은 그 순간 느껴지는 희열,
10번 휘둘러 한번 맞는다 한들, 그 순간의 도파민은 계속해서 날 도전하게 만든다.
반면, 어디로 날아올지 모르는 공을 받아내야 하는 테니스. 이것 역시 뇌의 시스템을 풀가동해야만 한다.
공을 맞추는 데 까지 꽤 많은 시간과 노력, 반복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망나니 같은 공을 매번 받아치고 나서 느껴지는 그 쾌감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공을 맞추듯 삶의 목표를 이루는 것은 마음만 먹는다고 될 일도 아니고, 무작정 채를 휘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다. 초 집중, 총동원, 반복된 훈련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테니스를 처음 배울 때는 손도 아프고 왼쪽 엉덩이가 매번 찢어질 듯 아팠다. 좀 나아질 듯하면 어김없이 훈련하는 날이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렇게 계속된 반복 훈련으로 엉덩이 통증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다만 더 집중해서 배울수록 아픈 부위가 새롭게 발생한다. 그리고 전에 아팠던 부위는 자연스럽게 잊힌다.
며칠 전 테니스를 치다가 웃음이 터졌다.
더럽게 공이 안 맞았고 이미 다리는 풀렸고, 내가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 주지 않던 날이었는데 난 그 와중에서도 휘청거리며 공을 받아내겠다고 헛구역질까지 하면서 그날의 훈련을 꾸역꾸역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겼다. 문득, 삶의 모든 이치가 비슷하다는 것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난 책을 읽는 것이 참 좋다. 책 속에 내가 필요한 모든 게 있었다. 고민이 있을 때도 조용히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해결방안이 떠오르고 정리가 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책을 읽는 건 어쩌면 나에게 골프와 테니스처럼 그저 반복된 훈련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렇게 꾸준히 훈련을 할 수 있었을까?
이번에 읽은 가바사와 시온의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덕분에 내 뇌의 도파민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매번 훈련의 목표는 그리 크지도 멀리 있지도 않았다. 그저 그날 제대로 딱 한 개만 쳐도 된다는 작은 목표를 설정했고, 작은 경기를 통해 나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했고, 다시 수정하는 단계를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독서를 하면 현실에 적용을 한다. 이 행위 역시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든다. 또 다른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동기부여 역할까지 톡톡히 해 낸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 계발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독서의 중요성,
내 인생의 채를 제대로 휘두르기 위해 오늘도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