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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웰 Aug 14. 2022

도파민과 테린이

그리고 골린이

휘청 거리고, 방황하고.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날들이었다.

나는 꽤 많은 시간 헤매었다.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누구보다도 행동이 앞섰던 나는 지난 30년간 한결같이 졌다.

나에게도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그랬다.


사는 게 지긋지긋 해졌을 때 즈음 인터넷을 하다가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미생의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된다.

이윽고 내 머릿속에 박제된 이 장면은 기어코 나를 운동하게 만들었다.

물론 3년이나 지난 뒤였지만.


체력과는 상관없이, 허세의 목적으로 선택한 골프.

녀석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가만히 있는 공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철강의 멘탈이 필요하다.

어쩌다 공이 제대로 맞은 그 순간 느껴지는 희열,

10 휘둘러 한번 맞는다 한들,  순간의 도파민은 계속해서  도전하게 만든다.


반면, 어디로 날아올지 모르는 공을 받아내야 하는 테니스. 이것 역시 뇌의 시스템을 풀가동해야만 한다.

공을 맞추는 데 까지 꽤 많은 시간과 노력, 반복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망나니 같은 공을 매번 받아치고 나서 느껴지는  쾌감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말할  없을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공을 맞추듯 삶의 목표를 이루는 것은 마음만 먹는다고 될 일도 아니고, 무작정 채를 휘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다. 초 집중, 총동원, 반복된 훈련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테니스를 처음 배울 때는 손도 아프고 왼쪽 엉덩이가 매번 찢어질 듯 아팠다. 좀 나아질 듯하면 어김없이 훈련하는 날이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렇게 계속된 반복 훈련으로 엉덩이 통증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다만 더 집중해서 배울수록 아픈 부위가 새롭게 발생한다. 그리고 전에 아팠던 부위는 자연스럽게 잊힌다.


며칠 전 테니스를 치다가 웃음이 터졌다.

더럽게 공이 안 맞았고 이미 다리는 풀렸고, 내가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 주지 않던 날이었는데 난 그 와중에서도 휘청거리며 공을 받아내겠다고 헛구역질까지 하면서 그날의 훈련을 꾸역꾸역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겼다. 문득, 삶의 모든 이치가 비슷하다는 것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난 책을 읽는 것이 참 좋다. 책 속에 내가 필요한 모든 게 있었다. 고민이 있을 때도 조용히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해결방안이 떠오르고 정리가 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책을 읽는 건 어쩌면 나에게 골프와 테니스처럼 그저 반복된 훈련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렇게 꾸준히 훈련을 할 수 있었을까?

이번에 읽은 가바사와 시온의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덕분에 내 뇌의 도파민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매번 훈련의 목표는 그리 크지도 멀리 있지도 않았다. 그저 그날 제대로 딱 한 개만 쳐도 된다는 작은 목표를 설정했고, 작은 경기를 통해 나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했고, 다시 수정하는 단계를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독서를 하면 현실에 적용을 한다. 이 행위 역시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든다. 또 다른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동기부여 역할까지 톡톡히 해 낸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 계발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독서의 중요성,

 

내 인생의 채를 제대로 휘두르기 위해 오늘도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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