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기록] 차라리 나에게 오지.

by 한냥이

미국 출장 중에 카드 내역이 문자로 왔다.

아내가 가족 카드로 병원에서 결제한 내역이었다.

'아. 오늘 유방 조직검사 결과 들으러 간다고 했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서 뭐래?"


아내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암 맞대~ 나 내일 복직인데 어쩌지? 하하"


심장이 엄청난 속도로 뛰었다.

살면서 이렇게 빨리 뛴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호텔방에 들어와서 유튜브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유방암 생존율, 유방암 치료, 유방암 원인, 유방암 종류, 유방암 치료 식단...


검색을 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어떡하지? 나 이제 어떡하지?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도 어렵다.

'그래. 지금은 초기겠지. 나을 수 있을 거야.

근데 재발하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아내가 죽으면 어떡하지?'


차라리 나에게 오지. 암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나의 감정을 더욱 극한으로 몰고 갔다.

유방암에서 난소암으로 전이되어 투병하다 끝끝내 생을 마감한 분의 이야기,

유방암인 줄 알았는데 검사 결과 온 장기와 뼈까지 전이된 분의 이야기 등.

희망적인 이야기보단 절망적인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자꾸만 아내의 죽음이 떠올랐다.


홈캠을 켰다.

둘째 아이가 홀로 거실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엄마 없이 혼자 앉아 있는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우던지, 그 장면이 내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나는 미칠 것 같았고, 함께 출장 온 직원에게 아내가 아파서 당장 귀국해야 할 것 같다고 알렸다.

그리고 짐을 싸서 공항으로 갔다.


미국 국내선을 타고 LA로 가서 국제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LA에 큰 산불이 나서 오늘 국내선 비행 편이 모두 취소되었다고 한다.

난 공항 의자에 앉아 또 한참을 울다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그렇게 출장 일정을 채우고 한국에 돌아왔다.

아내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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