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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농부꿈나무 Jan 24. 2022

빨간 문의 매력에 빠지다

‘좋은’ 사공이 많으면 ‘좋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워낙 오지랖 라이프로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것저것 해보는 걸 좋아하는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좋은 사공이 많으면 배는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한다 그것도 즐겁고 멋지게…라고 말이다.


땅을 사고 집 짓는 과정에서 세 식구의 의견 차이는 항상 어마 무시했다. 각자 취향이 확고한 스타일이라 절충안을 찾아야 다름 스텝으로 겨우 넘어갔다.


타운에 한 숍에서 장갑을 샀다 우리 동네는 ‘말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말 그리고 까치가 상징이다

땅을 고를 때도 의견이 각각 달랐다

아부지는 농사를 짓고 싶어 했기 때문에 땅을 보러 갈 때는 삽을 한 자루 꼭 들고 가서 매번 파보며 땅의 질?을 확인했다

어무이는 풍경이 중요했다 민둥 하게 땅만 있는 건 절대 싫고 땅에 무조건 풍성한 나무가 필수였다

나는 교통이었다. 혹시나 나 혼자 차를 타고 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비포장도로가 심하게 있으면 안 된다는 주의였다.

거기에 가격도 맞아야 하니 세 식구 맘에 딱 들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6개월 동안 매주 토 일 땅을 보러 다니며 세 식구 맘에 쏙 든 게 지금 우리가 산 땅이었다.

마치 숲 속에 온 듯이 산에 둘러싸여 있고 포장된 넓은 도로에 바로 들어올 수 있을뿐더러 역도 있어서 종종 나는 기차 타고 오기도 한다.


10평 남짓한 작은 집이지만 나름 문도 2개 있다!


문을 무슨 색으로 페인트 칠을 할 것인가 가지고도 한동안 논쟁이 컸다

어무이는 빨강, 나는 워낙 보라 성애자라 ㅋ 진보라색 그리고 아부지는 진초록으로 의견이 갈렸다.

어무이는 여기저기 빨간색으로 칠한 실제 집 사진을 여럿 찍어와 예시도 드는 등 적극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결국 승리를 차지했고 빨간 문이 생겼다.

궁시렁 거리며 페인트 칠을 했지만 빨간색 문은 우리 집의 포인트가 되어 꽤 멋스러웠다.

엄지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ㅎㅎ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갈 때마다 누가 보면 싸우는 것 같아 보일 정도로 회의에 회의를 거치고 있다.

방 크기 정할 때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2주 동안 결정을 못하기도 했다.


지붕을 만들 때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 만들었다가 다시 다 뿌갰다가 다시 만들었다를 반복한 적도 있다.

몸이 너무 힘들 때는 그냥 대충 하자~~~~~~~ 돌아가며 ㅋ 화를 내는 날도 많았다.


사공이 많아서 의견 충돌도 많지만 조율을 하며 맞춰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너무나도 예쁜 빨간 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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