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편소설5
호텔을 떠나는 그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재빨랐다. 벌게진 얼굴을 푹 숙이고는(그런다고 가려지진 않겠지만) 앞만 보고 걸어갔다. 그러니 내가 얼굴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가 떠난 길을 되짚어서 올라갔다. 3대의 엘리베이터 중 가운데 것을 타고 14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1405호의 문을 연다. 방안은 싸한 냉기가 느껴졌다. 이미 방 안에서 벌어진 일을 예측
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손목이 그어진 채로 죽어있었다. 안타까운 마음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나의 결심에 죄책감이 구역질로 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와버렸다. 나는 며칠 전 훔친 그의 손수건을 가방에서 꺼냈다. 그리고 숨진 그녀의 손에 손수건을 조심스럽게 쥐어주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