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가 남긴 생필품 목록

극단편소설 12

by 행자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했다.

8평 남짓의 평범한 원룸이었다. 원룸은 자는 곳과 나름의 거실이 파티션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좁은 생활환경을 분리하려고 한 점이 인상 깊었으나, 파티션 때문인지 기분 탓인지 침대에 누워있는 사망자는 마치 현실과 분리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건 현장을 파악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는 장을 보기 위한 목록들이 쓰여 있었다. 글씨는 삐뚤 하다 못해 단어들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그보다 더 특이한 점은 그날의 날짜가 대략 3개월 전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목록에 적힌 물품들은 단 하나도 있지 않았다.

문득 그런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물품을 사긴 했을까? 사지도 않은 물품들을 왜 적었을까? 이 생필품 목록 종이는 왜 아직도 버려지지 않았을까?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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