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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Nov 02. 2023

30대 백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읽기 전에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마히토는 병원 화재로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의 고향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새엄마 나츠코와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명의 할머니를 만난다. 어느 날 숲 속 알 수 없는 타워로 사라진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말하는 왜가리와 함께 이세계로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마히토는 새로운 엄마와 새로운 환경에서 화재 당시의 꿈을 꾸며 친엄마를 그리워한다. 새롭게 전학을 간 학교에서는 학우들과 싸우고서 집으로 가는 길에 돌멩이로 자신의 오른쪽 머리를 찍어버리고 큰 상처를 낸다. 자신을 탓하는 것일까? 괴롭고 슬픈 기억을 잊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을까?


 혼란스러운 와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가 계속 주위를 얼쩡거리며 기다리고 있었으니 숲 속의 타워로 찾아오라고 한다. 그러다가 임신을 한 나츠코(새엄마)가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따라 들어갔으나 마츠코는 이미 이세계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마츠코를 찾기 위해 마히토를 이세계를 넘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숲으로 가기 전에 마히토는 친엄마(히미)가 자신을 위해 남겨둔 책들 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된다. 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 책엔 엄마가 어렸을 적에 일 년 정도 사라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타워 속 이세계에서 지냈던 어릴 적의 히미(마히토의 친엄마)가 만난 지금의 마히토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마히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주저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냥 책일 수도 있겠으나 괜히 의미 부여하게 된다.


 나츠코를 찾으러 가는 길에 다양한 생물을 만난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날 준비를 하는 '와라와라', 그런 와라와라가 식량인 펠리컨들, 펠리컨들로부터 와라와라를 지키려 하는 히미, 와라와라에게 먹을 것을 주는 키리코, 왕국을 세우고 이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개인적으로 귀여웠던...)앵무새 부대들을 만나며 나츠코를 찾게 된다.


나츠코는 출산을 위해 돌이 지키는 곳에 잠들어 있었다. 돌이 마히토가 온 것을 반겨하지 않음에도 마히토는 주저하지 않고 또다시 나아간다. 나츠코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나츠코는 마히토에게 원망스러운 말을 한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너는 내가 없어졌으면 하잖아..." 

 그리고 주변의 종이들이 마히토에게 달라붙으며 방에서 쫓아내려고 한다. 그 방해 속에서 마히토는 나츠코를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며 손을 계속 내민다.

 결국 종이들과 돌의 방해로 기절은 한 마히토와 히미는 앵무새들에게 붙잡히게 된다.


앵무새의 대왕은 히미를 데리고 타워의 이세계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히미의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앵무새 대왕은 이세계가 온전히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히미의 할아버지 역시 그것을 원한다.

 타워의 이세계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가장 순수한 돌을 하나씩 천천히 탑처럼 쌓아 올려야 한다. 이 행위는 자신의 피를 이은 자만이 할 수 있고 이를 마히토가 이어서 해주기를 바란다.


 왜가리의 도움으로 마히토는 앵무새들에게서 벗어나 앵무새 대왕을 쫓아 탑을 오르고 히미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는 마히토에게 이세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이어 주기를 바라지만 마히토는 자신이 스스로 돌멩이로 머리를 찍었음을 고백하며 자신은 순수하지 않아 이 순수한 돌멩이를 쌓을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은 친구를 만들 것이고 나츠코를 데리고 나갈 것이라고 한다.(어떤 문맥이었는지는 다시 봐야 알 것 같다.)


 곧이어 그동안 히미의 할아버지가 쌓아온 돌멩이는 무너지며 이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마히토와 히미, 왜가리, 나츠코와 키리코는 탈출을 하려 가며 마히토와 히미는 각자의 시간선의 문에서 이별을 고하고 헤어진다. 히미는 어렸을 적 1년간 사라졌던 자신의 어린 시절로, 마히토는 나츠코와 현시점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타워는 무너졌고 마히토는 타워에서 주운 돌멩이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왜가리는 돌멩이의 힘으로 이때의 기억을 간직할 수는 있지만 결국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사라질 것이라 말하며 안녕을 말하고 떠난다.


예고편도 보지 않고 제목만 알고 보게 된 영화라 계속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작가의 말이 무엇일까만 생각해서 본 것 같다. 아무래도 백수가 되어버린 30대의 나에게 최대의 화두가 어떻게 살 것인지이기 때문이었다.


마히토가 돌멩이로 자신의 머리를 찍은 것은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엄마(히미)를 잃고 3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십 대의 어린 마히토였지만, 아버지는 새엄마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서 어떻게 보면 화도 나고, 외롭고, 슬퍼했던 것 같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관심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마히토가 나츠코를 찾기 위해 위험할 수도 있는 여행을 떠나며, 나츠코를 만나 엄마라고 부르게 되며 마히토는 한 뼘 더 자란다. 자신의 친엄마인 히미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고 히미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이세계를 자신이 지켜나갈 수 있음에도 마히토는 타워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게 히미를 보내줄 수 있게 된다. 곧 잊히고 무던해질 마지막 추억의 조각이 될 수 있는 돌멩이 하나만을 가지고 나츠코와 타워 밖을 나온다.


마히토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히미를 떠나보내고 나츠코를 받아들인다. 순수하다 생각했던 감정들을 다듬을 수 있게 되고 새로운 행복을 받아들이고 이전의 사건들을 기억들로 간직한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겐 지금껏 해왔던 조그마한 말, 행동, 일들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 내가 도전했던 일들은 순수한 돌들로 쌓아 올린 하나의 세계였던 것이기에 무너뜨릴 수 없었다. 그 마음만은 진심이었고 순수했다는 착각을 하고 아름답게 꾸민 이세계를 나는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그것을 가장 순수했던 기억만 남기고 떠나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지기엔 30대의 백수인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현실은 불안하고 무섭다. 과거는 꿈에서 나타나고 새로운 시작을 어렵게 만든다. 어떻게 살 것인지는 결국 나의 내면 속에서 가장 순수한 돌멩이를 또다시 찾는 것이지 않을까?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이 전에 내가 쌓아 올린 탑의 가장 순수했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그 기억들로 새로운 세계를 쌓아가는 것에 있지 않을까...

 

돌멩이로 스스로를 자해하고 있는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해야 하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


영화를 본다고 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 수는 없다. 답을 주지 않는다.

그저 내가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


순간순간 내가 순수했던 그 진심들을 기억하며 살아가면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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