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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Nov 11. 2023

"인사이드 아웃2"가 나온데~

인간의 성장(발달)에 관하여

 "인사이드 아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한 편의 영화(애니메이션)를 여러 번 본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인사이드 아웃은 3번은 보았습니다.

그리고 볼 때마다 늘 두 번씩 울었죠. 어느 포인트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는지 공감하실 분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인사이드 아웃 2 예고편이 나온 것을 보고 기쁨이가 활성돼서 인사이드 아웃 1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참고부탁드립니다.


 기본적인 애니메이션의 콘셉트 설정이 재미있습니다. 감정 캐릭터들이 나오며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고 주요하게 기능하는 감정이 다 다릅니다. 주인공 라일리는 쾌활하고 밝고 긍정적인 기쁨의 감정이 주요한 캐릭터로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쁨이 라일리의 타고난 성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인간은 가족, 친구, 학교, 사회 등 환경의 영향을 받아 생각, 가치관, 성향이 변하거나 새로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항상 밝고 쾌활했던 라일리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고 새로운 학교를 가게 되면서 기존의 즐거웠던 생활에서 멀어진 듯한 슬픈 현실에서도 슬픔을 감추고 억지로 기쁜 척을 합니다.


 아시다시피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결국 마음의 병이 되어버리곤 하고, 라일리 역시 기쁨이의 영향력이 줄고 까칠하고 화(버럭)의 감정의 빈도가 늘어납니다. 슬픔이 역시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출하려고 하지만 다른 감정들(기쁨, 끼칠, 버럭, 소심)이 슬픔의 감정만은 라일리가 느끼지 않게 하려 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감정 캐릭터들이 다투는? 장면들로 표현이 되었지만 현실을 빚대어 보면 슬픔을 억누르고 억지로 웃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라일리의 인지체계(감정, 생각, 행동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게 되는 인지 시스템)는 무너지게 됩니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죠.


 기쁨이와 슬픔이는 감정타워(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감정들이 살고 일하는 장소)에서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기쁨이는 라일리에게 기쁨의 감정이 무조건 필요하다 생각하여 다시 기쁨을 주기 위해 감정타워로 다시 올라가려고 합니다.


 떨어진 곳에선 또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공간에 있습니다. 기억이 잊히고 사라지는 곳입니다. 인간의 기억이 무한대인 것이 아니고 망각이라는 기능을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떨어진 곳에서 기쁨이와 슬픔이는 ‘핑퐁’을 만나게 됩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상상력의 근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이지만 낭만이 있는 어린아이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그런 순수함이죠. 라일리가 지닌 순수함은 달로 가는 것입니다. 핑퐁은 라일리가 달로 갈 수 있게 노력하는 캐릭터이고요. 달로 갈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성장해 버리고 현실적 감각을 깨우친 어른의 생각이고요.


 그렇기에 핑퐁의 존재는 라일리가 아직은 어린아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심리학 학부생이었고 발달심리학을 들었지만, 심리학적 지식 모든 것을 망각해 버린 저라서 논리적으로 심리학적 지식을 전달해 드리진 못 할 것 같습니다만… 다만 나이를 먹어가고 대인관계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현실적이게 된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아마도) 어렸을 적에 자신만의 핑퐁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칭 어른이라는 존재가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핑퐁을 망각하게 되죠. 슬픈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핑퐁은 망각의 땅으로 떨어져 올라오지 못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발달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핑퐁이 있다면 어린 왕자일 테죠. 순수함을 쫓는 저에게는 현실이 매우 고독합니다. 현실적 감각이 부족하고 냉정한 사회가 힘들고…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것 같고… 그런 그대로의 저를 사랑하기엔, 발달해 버린 나의 인지체계와 순수함이 충돌하여 우울함을 주더라고요. 그렇기에 순수함을 잃지 않고 현실적 감각을 발달시키는 것이 건강하게 성장한 어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다만 나에게도 핑퐁이 있었지라는 생각에 그리움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라일리의 핑퐁이 사라지는 순간에 눈물을 흘렸답니다.


 현실은 냉정합니다. (물론 따뜻하기도 합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의 핑퐁은 상상만으로 세상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있고, 그것은 재미와 기쁨을 주니까요. 세상이 설레고 재미있을 것 같고 기대감으로 넘쳐흐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 핑퐁은 성장하게 되면서 어느덧 기억의 저편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라일리의 기쁨이 역시 핑퐁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쁨만이 라일리를 행복하게 하여 망가진 인지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기쁨이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감정타워로 도달하여 기쁨의 감정을 흘려보내려고 하지만, 라일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습니다. 기쁨이는 기쁨이라는 감정만이 라일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꺠닫고 슬픔이에게 슬픔의 감정을 흘러 보낼 수 있게 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라일리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고 기쁨 뒤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라일리의 인지체계는 다시 활기를 띄우고 정상적으로 돌아오며, 이제는 하나의 감정으로 이루어진 감정 구슬이 아닌 2-3개 다수의 감정들이 혼합된 감정 구슬들이 처음으로 생성되게 됩니다.


복합적인 감정구슬은 우리의 복합적인 감정을 반영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핑퐁이 사라질 때 느꼈던 감정이 슬픔만이 아니라 그리움, 애틋함의 감정들이 섞여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히려 풍부해진 감정은 우리를 더욱 풍부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게 됩니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은 풍부한 감정을 알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사회성이 길러지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후 라일리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게 됩니다. 풍부해진 감정이 자아를 안정적으로 만들었고, 안정적인 자아는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하게 됩니다.


행복하다는 것이 기쁨의 감정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에 제대로 직면할 수 있을 때 행복으로 가는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행복하기 위해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 있는 그대로를 직면하게 되면서 안정적이게 된 자아가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저도 제대로 깨닫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나의 주된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인정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나의 생각이 뜬구름 잡는 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이 애니메이션을 본다면, 본인만이 느낀 감정으로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사이드 아웃2"는 청소년기의 라일리의 이야기인듯합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새롭게 등장하게 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더욱 현실적이게 된 라일리는 상대와 비교하게 되고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에 신경 쓰게 되고, 혹은 자존감이 약해진 모습이 등장할 수도 있고,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가지게 된 것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러한 청소년기의 인지적 발달에서 느끼게 될 불안함을 라일리는 어떻게 극복하게 될지 궁금해지고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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