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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Dec 12. 2023

돌란의 캐딜락 [스티븐 킹 단편소설]

복수는 차갑게 식혀서 먹었을 때 가장 맛있다(스페인 속담)


 복수에 대한 소설과 영화는 스릴러/호러 소설에서 단골 소재이지 않을까 싶다.

당장에 떠오르는 영화나 소설을 생각해 보면 "킬빌", "복수는 나의 것", "악마를 보았다", "오리엔탈 특급살인 사건", "친절한 금자씨" 정도이다.

 복수는 아주 치밀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지거나 폭탄처럼 터져 거센 불길처럼 점점 걷잡을 수 없게 이루어진다.


 몇 년 전에 읽었다가 다시 생각이 나서 또 읽게 된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돌란의 캐딜락"은 주인공이 돌란을 죽이기 위해 아주아주 오랜 시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때를 기다리다 망설임 없이 한 번에 복수를 이룬다.


(간략하게 스토리를 썼지만 그래도 스포주의)


 돌란의 범죄사건을 목격한 주인공의 아내 엘리자베스는 돌란에 의해 차폭파 사건으로 죽게 되고, 이를 계기로 해서 엘리자베스의 남편이자 주인공인 로빈슨이 돌란을 죽이기 위한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돌란은 늘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며, 캐딜락이라고 하는 대통령들이 타는 커다랗고 방탄도 되는 문과 유리가 두꺼운 자동차를 늘 타고 다닌다. 로빈슨은 돌란이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늘 거리를 두며 그를 관찰하지만 복수를 할 수 있을 틈을 찾지 못한다. 돌란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로빈슨은 그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캐딜락을 타고 가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길목에 함정을 파서 돌란을 묻어버리기로 한다. 말 그대로 땅을 파서 차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함정을 판다.


 이를 위해 돌란의 차의 길이, 폭, 넓이를 파악하고(함정에 빠졌을 때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땅을 파는 기술을 익히고자 여름방학 동안(로빈슨은 초등학교 3학년 교사이다) 굴삭기를 배우고, 돌란이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날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얻으려고 시도하는 철저한 준비성을 보인다.


 마침내 돌란이 일요일에 로스앤젤레스로 갈 것이다라는 확신과 함께 로빈슨은 금요일 저녁부터 길목에서 땅을 파기 시작한다. 허리의 디스크가 끊어지고 손 물집이 터지고 머리 살갗은 보라색으로 익어버리는 고통 속에서도 로빈슨은 엘리자베스의 환청과 오로지 돌란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함정을 만든다.


 드디어 저 멀리서 돌란의 캐딜락을 본 로빈슨은 도로 표지판을 함정이 있는 쪽으로 돌려놓고, 돌란의 캐딜락은 그 길 따라 지나고 함정에 빠지게 된다.


 함정에 빠졌지만 아직 죽지는 않은 돌란은 로빈슨에게 살려주면 돈을 주겠다는 식으로 협상을 하려 하지만 로빈슨은 망설이지 않고 흙으로 자동차째로 묻어버린다.


 이후 로빈슨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돌란은 실종사건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공포영화나 소설이 무섭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볼 때는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무서운 분위기의 시각적 요소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으스스한 청각적 요소들이 심장을 막 뛰게 하고 닭살이 돋게 만든다. 공포라는 것이 '두려움'의 감정인데 영화나 소설에서는 두려움의 요소보다는 카타르시스를 오히려 주게 된다. 분명히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의 두려움과는 확실히 다른 오락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되려 기분이 개운해진다는 사람들도 많은 것을 보면 분명히 자극적이고 사람을 흥분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란의 캐딜락을 읽으면서 꽤 많이 재미가 있었지만 그런 카타르시스가 아닌 불편하고 무섭다고 느끼게 된 것은 로빈슨의 복수를 위한 집착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목적에 꽂힌 한 인간이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현실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섭다는 감정을 느낀 것이었다.


 8년의 기간을 기다린 끝에 복수의 날에 로빈슨은 꽤나 침착했던 것 같다. 돌란을 마주하여 대화를 할 때에도 분노를 내비치지도 않았고, 욕을 하지도 않았다. 삽으로 흙을 퍼서 캐딜락 위로 뿌릴 때 비명을 아주 크게 지르면 살려주겠다고 하며 오히려 그를 농락했다.

 차 안에서 총을 쏜 돌란에게 로빈슨은 우습다는 듯이 네가 자살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발을 쏴버린 것은 아닐까도 생각했다는 말을 하며 동정하기도 한다.

 차가 함정에 빠진 시점에서 돌란은 승자였다. 한치의 연민도 망설임도 나타내지 않았던 로빈슨은 그저 돌란을 죽이는 것에 몰두해 있는 아주 냉정한 상태였다.

 오히려 뒤를 돌면 돌란이 탈출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는 그는 긴장감에 땀을 흘렸다. 복수가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지 않았을까 했다. 흙을 다 덮고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뒷 칸에 돌란이 타 있는 듯한 착각을 한 것도 떠나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복수가 실패했을까 하는 두려움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다시 함정으로 돌아가서 돌란의 비명이 아직 그 안에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로빈슨은 돌란에 대한 집착과 엘리자베스의 환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는 한 인간의 집착 어린 모습이 무서운 공포심을 전달해 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 아닌 아주 폭력적인 사람이거나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아닌 아주 평범한 인간의 집착도 복수라는 탈을 쓰면 무섭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에 내가 공포라고 하는 감정을 한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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