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

힘을 빼고 나서야 비로소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다

by Mansongyee


이 글들은 재즈를 듣다 적어둔 메모이자,

인생이 흘러간 방향에 대한 느린 받아쓰기다.


Flow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아니라, 이미 흐르고 있는 것에 몸을 맡기는 상태다.

우리는 종종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잘하려 하고,
더 빨리 가려 하고,
무언가를 붙잡아 앞으로 끌고 가려한다.

하지만 재즈에서 좋은 연주는 흐름을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

연주자는 음을 밀어 넣지 않는다. 대신 이미 흐르고 있는 리듬 위에 자신을 얹는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연주자가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연주자를 데리고 간다.
그 상태를 우리는 Flow라고 부른다.

Flow는
집중의 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착을 내려놓았을 때 시작된다.

잘하려는 마음이 조금 느슨해질 때, 내가 통제하려던 리듬이 아니라 이미 흐르고 있던 방향이 조용히 드러난다.

그래서 Flow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다음 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멈추려 해도 이미 다음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늘 방향을 정하고,
속도를 조절하고,
결과를 예측하려 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은 결정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우연처럼 도착한다.


준비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지고, 계획하지 않았는데 다음 길이 열리는 순간.

그때 우리는
흐름을 만든 것이 아니라,
흐름 안에 들어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Flow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상태가 아니라, 어긋나더라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상태다.

그래서 멈추지 않는다. 조금 틀려도 다음으로 넘어가고, 조금 흔들려도 다시 이어진다. 완벽해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지 않기 때문에 이어진다.

Flow는
나를 증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를 잊게 하는 순간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지금이 맞는지 묻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흐름 안에 있다.

오늘 나는 앞으로 가려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흐르고 있는 것에 조용히 올라탄다.

그 흐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도,
지금은 그 안에 머무는 것으로 충분하다.

Flow는
잘하는 상태가 아니라,
멈추지 않는 상태다.




오늘의 리듬
Stan Getz & João Gilberto - Corcovado (Quiet Nights of Quiet Stars)

The Groove : 인생으로 듣기

Corcovado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언덕 이름이다.
그 언덕 위에는 거대한 예수상이 서 있고, 도시는 그 아래로 천천히 펼쳐진다.

Stan Getz & João Gilberto의 〈Corcovado〉는 그 언덕 위에서 밤의 도시를 내려다보는 기분으로 시작된다.


Astrud Gilberto의 맑고 담담한 목소리는 무심한 듯 청아하여 밤공기처럼 가볍게 스며든다.

조용한 별빛,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낮게 깔리는 기타 리듬.


이 곡에는
무언가를 밀어붙이는 힘이 없다.
빨리 가려는 조급함도 없다.
대신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감정이 있다.

João Gilberto의 기타는 앞서지 않는다. 뒤처지지도 않는다. 같은 속도로, 같은 숨으로 조용히 계속 간다.


Stan Getz의 색소폰도 마찬가지다. 크게 흔들지 않고 높이 치솟지 않으면서 선율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그래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잘 산다는 것이 꼭 대단한 성취를 이루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너지지 않고,
멈추지 않고,
억지로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자기 속도로 이어 가는 것.

연주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사람들은 종종 "flow가 좋다"는 표현을 쓴다.


빨리 가는 것과는 다르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과도 다르다.

인생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고, 멈추지 않고, 자기 속도로 계속 살아가는 시간.

Flow는
빨리 가는 힘이 아니다.
멈추지 않는 힘이다.

인생에도 그런 시간이 있다.
열심히 사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때.


억지로 끌고 가지 않아도
내일로 넘어가고,
다음 계절로 건너가고,
다음 마음으로 이어지는 시간.


그럴 때 사람은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흐르는 사람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Flow

Flow는 재즈 교과서에서 쓰는 정식 용어는 아니다.

재즈 이론서에서는 보통 swing, groove, pocket, phrasing, momentum, continuity 같은 말을 더 많이 쓴다.

"Flow"는 연주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 즉 솔로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상태를 설명할 때 비공식적으로 자주 쓰인다.

리듬과 호흡, 감정이 무리 없이 연결될 때 사람들은 음악이 "흐른다"라고 느낀다.



Astrud Gilberto

Astrud Gilberto는 João Gilberto의 당시 아내였으며, 1964년 앨범 《Getz/Gilberto》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전문 가수라기보다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발성이 특징이었고, 그 목소리는 보사노바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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