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기 전의 생각들에 대하여
저 음악 제목이 뭐더라…
음악이 흐를 때
대개는 흐르는 대로 둔다.
그런데 가끔,
꼭 제목을 붙잡고 싶을 때가 있다.
간질간질.
생각날 듯 말 듯.
뭐더라…
그 사람 이름이 뭐더라.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름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고
끝내 기억해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뭐더라…
뭐더라……
그 책 제목이 뭐더라.
내용은 또렷한데
표지 색은 생각나는데
제목만 빠져 있다.
생각은 아른아른 맴돌고
괜히 마음이 안달 난다.
뭐더라…
그 영화 제목이 뭐더라.
그 주인공, 누구 있잖아.
걔랑 걔랑 나왔던 거.
되게 좋았는데.
아… 뭐더라……
요즘 나는
‘뭐더라’를
꽤 자주 한다.
어쩌면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말이 되기 전의 자리로
잠시 물러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름이 호출되기 전의 자리에서,
그 여백에서
나는 아직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기억은 사라진 게 아니라, 아직 이름을 얻지 못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