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이다 보니, 잊게 되는 것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늦게 남는 고마움

by Mansongyee



그녀와 남편은
서로에게 편이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는 늘 그렇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며
무슨 일이 하나 생기면
그들은 둘이 슬그머니 뭉쳐
아이들 험담까지도 같이 한다.

별 간섭 없이 덤덤하다가도
어떤 사건 앞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흥분해 준다.

너무 사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편이 살아가기 수월했을 것이다.

남편은
“당신은 글 쓰는 재주가 있어”
라는 말만 남기고
그녀의 글을 읽어보지는 않는다.
그녀도 읽어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아들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서로의 편이 되어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걔는 참 마음이 따뜻해.
누구를 닮았는지…
그러니 며느리도, 손자도 다 그런 결이야.”
그녀의 이 말에

남편이 뜬금없이 한마디를 한다.
“그래, 당신은 아들은 따뜻하고,
남편이 발톱 깎아준 건 다 잊고…”
순간,
으잉?
당신이 깎아준 적이 있었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당황해서
머릿속을 더듬어 본다.

며칠 전 그녀가 쓴
〈손톱깎이〉를
읽었나 보다.

아, 그랬구나.
그 시절엔
발톱이 아픔이었으니까.
그래서 깎아 줬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며
일하는 환경이 좋아지자
아픔은 스르르 줄어들고,
가까이 있는 사람의 성의까지
함께 잊어가고 있었다.


“옛날 얘기라 다 잊었지 뭐.”
그녀는 너스레를 떨며 말한다.
그리고는
남편과 자식의 차이네, 하며
한 번 더 슬쩍 쇄기를 박는다.

남의 나라에서의 삶이다 보니
그들은
세상을 향해 같은 쪽을 바라보는 동지가 되었다가,
몰아치는 세파를 나란히 건너는 동행이 되고,
말없이 같은 편에 서며,
지나간 시간을 웃으며 나누는 친구가 된다.

아이들 앞에서는
서로의 가슴을 대신 쓸어내리는
위안이 된다.


그런데 오늘의 그녀는,
조금 뻔뻔하기까지 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성의는, 편해지는 순간부터 당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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