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손길과 하나의 도구에 대하여
조그만 사각형 가죽 지갑을 들고
화장실 바닥에 평상처럼 앉는다.
오늘은 장엄하게 치를
의식 같은 날이다.
그 지갑에서
가장 큰 것을 꺼내 쥔다.
그녀는 생각한다.
이것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
언어의 장벽 앞에서
몸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인건비 대신
그녀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오래 서 있던 그녀의 작은 발
엄지발톱이
한쪽으로 몰린 줄도 몰랐다.
그때는.
어느 날 보니
발톱을 스스로 깎는 일이
버거워져 있었다.
하루는 대학생 아들이
집에 들렀다.
침대에 뻗어 있는 그녀의 발을 만지더니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발톱을 깎아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좋은 물건을 만났다.
그녀의 집 또 다른 남자,
그녀의 남편이
온라인에서 떠들썩하다며
조그만 사각형 상자를
배달받았다.
손톱깎기 세트
그중 제일 큰 놈이
이제는
그녀의 발톱을
그녀가 직접 해결하게 해 준다.
쪼그리고 앉아
발톱을 깎을 때마다
그녀는 그날,
말없이 발톱을 깎아 주던
아들이 떠오른다.
자식을 키우며 했던 수많은 일들은
이상하게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밥을 먹인 일도, 씻긴 일도, 재운 일도
모두 비슷한 날들 속으로 흩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한 번,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발톱을 깎아 주던 장면만은
같은 상황이 올 때마다
꼭 다시 돌아와
가슴을 건드린다
그리고
이 훌륭한 도구를 발견해 준 남편에게
괜히 떠든다.
너무 좋다고.
삶에는
크고 대단한 것보다
그 순간 반드시 필요한
조그만 도구 하나가
사람을 다시 혼자 서게 하는 때가 있다.
사라진 수많은 수고 대신,
한 번의 손길과 하나의 도구가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