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굿 모닝

by Mansongyee




햇빛이 반짝인다.

어제까지 눈이 왔다.

어제의 눈은 화석처럼 쌓여 있고,

오늘의 볕은

그 위를 매끄럽게 닦아낸다.


이런 날이면

그녀는 햇빛과 공기를 믿고

밖으로 나서고 싶어진다.

신발장 앞에서

잠깐의 선택이 있었고,

그 선택이 장화였다.



질퍽한 진흙을 헤치던 고무 밑창은

유리처럼 매끈한 빙판 앞에서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한다.


발가락에 힘을 주어 보지만

장화 안에서 발만 헛돈다.

그날의 산책은

비장한 행군이 된다.


코끝에 닿는 공기는 가볍고 화사한데,

얼음을 딛는 발끝은

천근만근 무겁다.


얼굴은 햇살을 향해 들려 있고,

발은 미끄러지지 않으려

바닥만 노려본다.


상체는 자유를 찾았고,

하체는 잘못 고른 장화 속에 갇혔다.


되돌아가

신발을 바꿔 신을까,

그녀는 잠시 서 있다.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옆집 사람의 오늘의 굿모닝을 뒤로하고

그녀는

장화를 벗는다.


아슬아슬하고 눈부시게 시작된

오늘의 산책은

한 번의 선택으로 조용히 끝난다.


현관문이 닫히자

햇빛은 창밖의 풍경으로 굳는다.

신발장에 투박한 장화를 밀어 넣으며

그녀는 생각한다.


오늘 그녀가 만난 sunny day

현관문에서

이웃집 앞까지,

그만큼의 거리였다고.



햇살을 믿고 나섰다가, 발끝에서 계절을 만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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