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위의 고흐와 한 곡의 음악
조그만 조각의 고흐 그림을 뚫어져라 본다.
거친 붓결과 선명한 색채로만 남은 세계.
그녀의 생활 속에 깃든 이 작은 명화는
냉장고 위를 지키는 미니 캔버스 자석이다.
전시를 보고 나오다
미술관 숍 앞에서 짐짓 느려진 발걸음은
이 마그넷을 그녀의 일상 속으로
기어이 데려다 놓았다.
버스를 타고 숙소를 향하던 시간,
손 안의 그 조각을 들여다본다.
예술 작품 앞에서 늘 뒤늦게 도착하는 감정이
그녀의 작은 몸 안에서
조용히 요동쳤다.
이어폰을 찾는다.
스마트폰에서 음악 하나를 고르며.
Vincent — Remo Anzovino ( 레모 안조비노)
피아노의 반복은 붓질처럼 겹겹이 쌓인다.
이 음악은 고흐의 생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세상을 바라보던 속도로
그녀를 데려간다.
그날 버스 안의 그녀를,
지금 냉장고 문 앞에 서 있는 그녀를
고흐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이 순간,
그녀는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예술 앞에
잠시 서 있다.
예술은 질문을 요구하지 않은 채 일상에 들어왔다.
Note
이 시선은 하루의 단상으로는 다 담기지 않아
〈시선의 기록〉으로 옮겨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