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탄생
세계사.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의 모든 역사를 알아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듭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시간상으로는 인류가 등장한 500만년 전부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합치면 약 500만 2000년 정도 됩니다. 공간상으로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태평양, 대서양 등 모든 지역이 알아야 할 대상입니다. 알아야 할 사람은 또 얼마나 많다고요. 알렉산드로스, 워싱턴, 진시황제, 칭기즈 칸 등. 이런 엄청난 분량과 부담때문에 사람들은 세계사를 어려워하고 기피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세계사에는 상당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가장 큰 즐거움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론 충격적이고,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흥미가 생기는 분야가 세계사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서점과 도서관, 인터넷에는 세계사 관련 이야기들이 넘쳐 납니다. 00의 세계사, 00의 역사 등 엄청나게 많은 역사 도서들이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은 세계사에 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은 세계사 관련 도서를 펼치면서 종종 위기를 맞이합니다. 낯선 지명과 인명, 그리고 어려운 역사 용어를 독서를 어렵게 합니다. 기초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고민들은 종국에 가서는 세계사 알아서 어디 쓸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으로 치닫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던 세계사 책을 내려 놓게 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사를 좀 더 쉽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이 글은 그런 고민의 결과로 시작된 글입니다. 최대한 세계 역사를 핵심 중심으로 요약하여 정리할 예정입니다. 그러면서 세계사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세계사를 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과 지금의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조금은 얻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과거를 이해하게 되면, 그 사람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세계사가 주는 최고의 장점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의 증진이 아닐까요? 아무쪼록 저의 글이 독자들에게 이해심을 기르고 세계를 보는 유용한 시각을 얻길 바랍니다.
세계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70만년 전부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 오늘날 우리 인류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유인원이 출현했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남방 원숭이 라는 뜻)의 후손, 호모 에렉투스(두발로 걷는 유인원)라 불리는 이들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생김새도 뇌크기도 행동도 많이 달랐습니다. 이런 유인원이 현재 우리의 모습으로 진화하려면 69만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역사학에서는 이 기나긴 기간을 구석기 시대라고 부릅니다. 당시에 사용했던 도구를 가지고 시대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구석기 시대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려면 아기가 커가는 과정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출생한 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어다니고 걷기 시작합니다. 옹알이를 시작으로 점차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손으로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인류의 진화 모습도 같습니다. 처음에는 네발로 기어다니다가 점차 두발로 걷는 직립보행을 시작했습니다. 점차 지능이 발달하면서 언어와 불을 사용했으며 나중에는 도구도 제작하여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인원에게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이었습니다.
구석기 인들은 생존을 위해 무리 생활을 했습니다.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70만년 전의 지구는 매우 추웠고 식량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집단 생활의 시작은 가족이었습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가족의 규모는 커졌고 이웃 부족과의 결혼과 협력을 통해 점차 그 집단의 규모가 증가했습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부족사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집단 내 의사결정은 연장자나 가족 모임을 통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시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구석기 인들은 출생배경과 재산 등을 가지고 서로를 차별하지 않는 평등 사회를 구성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사에서는 이 시기를 가볍게 넘겨 버리나 인류학과 생물학, 진화심리학 분야에서는 이 시기를 중요시 여깁니다. 바로 인간의 본성이 형성됐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죠. 여기에는 두 가지 의견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의 선한 본성(이타적)이 사람들을 집단 생활을 가능하게 했으리라고 보는 겁니다. 동물과는 달리 우리는 노약자를 보살피고 있으니까요. 반면 이기적 본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우리가 집단 생활을 하는 것이 개인의 이기심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유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생각을 담아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500만년 동안 유지된 인류의 생활 방식은 기원전 1만년 즈음에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지구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죠. 학자들은 이를 신석기 시대라고 부릅니다. 지구의 역사에서는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평균기온이 올라간 간빙기라고 부릅니다. 이런 변화는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신석기 시대를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