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의 주제는 제국입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도시) 국가의 성립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점차 인류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게 느껴지시나요? 오늘은 그런 국가들이 통합되어 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글을 진행하겠습니다.
시기는 기원전 2000년대부터 기원후 100년대까지입니다. 사용한 도구로 보면, 청동기에서 철기 시대입니다. 역사학에서는 이 시기를 고전(classic) 혹은 고대(Ancient) 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인간 사회의 중요한 틀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부릅니다. 그러면 여기서 왜 제국이 중요할까요? 이제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국(empire)'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가지 의미가 나옵니다. 하나는 여러 민족과 국가를 지배하는 국가를 의미하며, 두 번째는 황제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이 통치하는 국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황제는 자칭이 가능하기에 보다 정확한 정의는 전자입니다. 전자의 핵심은 하나의 국가 안에 여러 문화 집단이 묶여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언어, 종교, 인종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른 것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해관계도 맞아야 하고 구심점도 있어야 하고 유대감도 형성되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을 다 충족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제국은 좀 더 현실적인 방안에 눈을 돌립니다. 바로 군사력이죠. 강력한 군사력으로 주변국을 압도하여 질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지난번에 설명했던 부족의 통합 과정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주변국을 일시적으로 굴복시킬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저항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주로 자원의 독점과 지나친 공물 납부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다시 군사력을 투입하는데, 이것이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공납이 필요한데, 그럴수록 더 많은 저항이 생겨나고 그러면 또 군대를 더욱 강력하게 해야 하는 연결고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래서 초반에 생겨난 제국과는 달리 후반부에 생겨난 제국들은 통치방법을 바꿉니다. 정복하되, 각 국가 혹은 종족의 정체성을 일정 부분 유지시켜 줍니다. 그렇게 하여 제국 통치비용을 절감하죠. 실제로 이런 정책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로마제국은 이런 정책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것이죠.
그러면 어떠한 제국들이 있을까요?
최초의 제국은 아시리아 제국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아시리아라는 말에서 오늘날 아시아라는 말이 탄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최초의 제국인만큼 주변국에 깊은 인상을 남겼기에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아시리아 제국은 오늘날 서아시아, 메소포타미아의 변두리 지역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국가는 말이 끄는 전차와 철기를 사용하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습니다. 점차 주변국을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통일하고 이집트 지역까지 점령합니다. 서아시아를 석권한 아시리아 제국은 정복한 국가들을 상당히 가혹하게 다룹니다. 기록에는 무덤을 파헤치거나 부수고 재물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포로로 잡아갔다고 적혀 있습니다. 승리에 도취되어 주변국을 착취한 것이죠. 이런 방식은 처음에는 아시리아 제국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지만, 결국에는 각지의 반란으로 아시리아 제국을 멸망으로 이끌게 됩니다.
아시리아 제국 영역 지도
두 번째 제국은 페르시아 제국입니다. 아시리아와 마찬가지로 소아시아(아나톨리아 반도, 지금의 튀르키예 지역)에서 발흥하였습니다. 역사가들은 뒤에 등장하는 이란 계통의 페르시아 제국과 구별하기 위해 앞에 아케메네스 왕조라는 명칭을 부여하여 구별하기도 합니다. 페르시아 제국은 아시리아 멸망의 원인을 답습하지 않았습니다. 이집트, 서아시아, 동유럽 일부 지역을 점령했지만, 페르시아 제국은 관용을 베풉니다. 무차별적인 학살과 약탈은 최대한 자제하였습니다. 각 지역에 총독을 임명하여 관습을 존중하여 불필요한 마찰을 줄였습니다. 이런 특징은 페르시아 군대의 특성에도 드러납니다. 최초의 역사책이라 불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보면, 페르시아 군대는 아프리카, 서아시아 각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군대라고 하였습니다. 페르시아의 힘은 이런 다양함에서 나왔습니다.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제국 영역(이집트, 유럽, 서아이사에 걸친 대제국)
세 번째 제국은 알렉산드로스 또는 헬레니즘 제국입니다. 페르시아 제국은 기원전 492년에 지금의 그리스를 침공합니다. 원인은 소아시아와 그리스 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반란이었죠. 페르시아는 반란의 근원을 당시 그리스 세계의 대표 두 도시,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여깁니다. 페르시아는 두 도시를 점령할 계획을 세우고 전쟁을 벌였습니다. 일명 그리스, 페르시아 전쟁입니다(영화 300의 배경이 되는 전쟁입니다). 3번의 원정과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선전으로 인해 페르시아의 패배로 전쟁은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대규모의 전쟁으로 인해 그리스 인들은 페르시아를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게 되고 이는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가 페르시아를침공하는 원인이 됩니다. 천재적인 군사적 재능으로 마케도니아는 페르시아를 멸망시키고 인도까지 뻗어나갑니다. 그러면서 기존 페르시아 제국을 대체하게 됩니다. 물론 알렉산드로스가 죽은 이후에 후계자 분쟁으로 인해 헬레니즘 제국은 분열됩니다. 그렇지만 헬레니즘 제국의 여파는 인도와 서아시아 지역에 남게 됩니다.
헬레니즘 제국은 인도와 서아시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침공에 자극받아 북인도 지역을 통일한 마우리아 제국이 등장하게 됩니다. 인도에 난립해 있던 왕국들이 하나로 통합되게 된 것이죠(통일 제국을 만든 창시자가 찬드라 굽타 마우리아라서 마우리아 제국이라고 부릅니다). 서아시아 지역, 그중에서도 이란에서는 페르시아의 부흥을 내건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전 페르시아와는 다른 국가 운영을 가지고 있지만 목표는 이전 페르시아 제국의 계승이었습니다.
이렇게 서아시아를 중심으로 제국이 형성되었다가 사라질 때, 중국에서도 제국이 등장합니다. 바로 진시황제의 진 제국입니다. 중국은 원래 통일된 단일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그 반대로 각 지역에 여러 국가가 성립된 상태였죠. 기원전 700년대부터 기원전 200년대까지 이런 상태가 유지되었습니다. 종종 들어보는 춘추전국시대는 이때를 가리킵니다. 춘추전국시대 때 중국은 청동기에서 철기로 도구를 개량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죠. 그리고 전쟁의 승자는 바로 진나라였습니다. 진나라 역시 강력한 군사력으로 중국을 하나로 합칩니다. 여기서 오늘날 중국의 영어 명칭 China가 유래했습니다. 진 제국은 앞선 제국, 페르시아와는 다른 방법을 취합니다. 바로 획일화였습니다. 문자, 도량형, 화폐 등 모든 것을 하나로 합치려고 했습니다. 그 방법은 힘에 의한 것이었죠. 결국 이는 진 제국의 멸망 원인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진 제국의 유산은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바로 넓은 중국 영토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버린 것이죠. 중국의 뒤를 이은 한 제국은 진 나라의 통치방침을 변형하지만, 거의 그대로 이어갑니다. 그렇게 하여 중국을 획일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지배자들은 진나라와 한나라의 통치 방법과 영토를 따라 중국을 지배하고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오늘까지도 중국의 이런 방침은 유효합니다. 중국은 여러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항상 하나의 중국을 꿈꿉니다. 분열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죠.
자 이제 마지막 고대 제국이 남았습니다. 바로 로마 제국이죠. 로마는 상당히 특이합니다. 제국이지만, 기본적으로 주요 문화는 그리스 문화에 의존합니다. 게다가 통치 방법은 페르시아 제국의 형태와 점차 닮아갑니다. 게다가 오늘날 유럽에서 서로 자기들의 과거 역사를 로마에서 찾고 있죠. 즉 서로 자기들이 진정한 로마의 계승자이거나 후계자라고 주장합니다(영국, 프랑스, 심지어 러시아도 있습니다). 심지어 오늘날의 미국을 로마제국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제국운영의 표준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다음 편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로마 제국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정리해 보면, 제국은 한 국가의 지배형태를 여러 지역에 퍼뜨림과 동시에 각 부족의 전통을 존중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화의 교류가 발생했고요. 물론 많은 폭력이 수반되기도 하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제국은 여러 국가들을 연결시킨 이음새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국가들의 과거를 조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역사에서는 제국을 지배자 또는 압제자로 그립니다. 그러나 제국이 끼친 영향은 그 외에도 많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물론 저도 이런 폭력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제 인류는 과거보다 한층 더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그 대표적인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고 연구가 많이 된 사례가 로마입니다. 그럼 다음 글 로마제국 편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