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글의 주제는 문명과 국가입니다. 그중에서도 세계 4대 문명을 중심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지난 연재의 마지막 부분에 문명이 도시를 중심으로 생겨났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수록 도시의 등장속도는 더 빠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지역에서 도시들이 발생했을까? 하는 의문이 가장 먼저 생깁니다.
상식이 풍부하거나 세계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바로 4대 문명을 떠올릴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중국(예전에는 황하 문명이라고 불렀으나 중국의 남부 지역을 흐르는 창장강에서 유적이 발견되어 요즘은 중국 문명이라고 부릅니다) 문명이 바로 세계 4대 문명에 포함됩니다. 이들은 모두 기원전 3000년 경에 청동기 문화를 배경으로 문명을 발달시켰습니다. 등장 시기는 엇비슷하지만, 아직까지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이 가장 빨랐다고 합니다. 특히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최초의 도시라 여겨지는 우르크(Uruk)가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최초의 성벽도시인 여리고(Jerico)도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여리고 성벽이 이에 해당합니다)
세계 4대 문명과 강(출처: Reddit)4개 지역에서 문명이 발생한 이유는 자연환경과 연관이 깊습니다. 기본적으로 4개 지역은 큰 강 유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는 이름부터 그렇습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이 명칭은 '강 사이의 땅'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두 강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입니다. 오늘날 서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강입니다. 이집트 지역은 더 널리 알려진 강이 있습니다. 바로 나일 강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하여 지중해로 흐르는 나일 강은 현재도 북서아프리카의 주요한 물 공급처입니다. 인더스는 인더스 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상징적인 두 개의 강 중 하나입니다(나머지 한 개는 갠지스 강입니다). 중국은 황화와 창장강(양쯔강 또는 장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런 큰 강들은 기본적으로 풍부한 수자원을 제공합니다. 사람들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물과 식량,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문제도 있었습니다. 바로 수해(水害)입니다. 홍수가 대표적이죠. 흥미롭게도 이들 지역의 신화에는 물을 다스리는 행위 또는 신, 인물, 사건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예: 중국의 우 임금).
풍부한 물을 바탕으로 생산한 식량은 도시로 모여들면서 의도치 않은 문제를 제기합니다. 바로 자원을 배분하는 문제입니다.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입니다. 그중에는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비스에 종사하면서 소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군대, 상인, 장인, 정치인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역시 농부만큼 사회에서 필수적인 사람들이죠. 그렇기에 이들에게도 식량이 지급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만큼 식량을 지급해야 할까요?
당시 사람들도 이를 심도 있게 고민했던 증거가 있습니다. 바로 문자의 발명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기억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문자를 발명하여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록을 남겨 기억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막고 좀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당시 사람들은 문자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4개의 문명은 저마다 문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그림문자,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 인더스의 그림문자, 중국의 갑골문자가 이를 증명합니다. 이 중에서 인더스의 그림문자는 아직 해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3개 문명의 문자들은 해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내용은 자원 수급과 배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얼마를 거두고 얼마를 나누어 주었는지를 상세히 기록하였습니다. 바로 지금의 세금장부인 거죠!
이집트 문자와 알파벳 배치도세금을 걷고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죠. 다른 사람의 재산을 거두기에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무력을 보유한 집단, 주로 지배집단이 이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들은 권력을 한 군데 모으고 다른 사람들이 질서에 순응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또한 다른 집단으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집단은 결속력을 갖는 국가로 발전하게 됩니다. 오늘날 국가의 3요소라 불리는 국민, 영토, 주권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주권은 지배집단에게 있었죠. 더 좁혀 말하면, 왕에게 있었겠네요. 이렇게 해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국가라는 정치조직이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당시의 국가와 지금의 국가는 많이 다르긴 합니다. 그럼에도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법입니다. 전에 언급했듯이 사람들이 모여 살면,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복수의 형태로 나타나죠. 복수는 조직 유지에 상당히 위협적인 요소입니다. 복수가 이어질수록 갈등은 더욱 증폭이 되니까요. 그래서 국가에서 복수에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법을 만들고 사적인 복수를 금지합니다. 이런 모습은 익히 알려져 있는 함무라비 법전에 잘 나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함무라비 법전은 '탈리오의 법칙' 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내용 전체를 살펴보면 주로 재산보호, 거래 등 경제적 내용이 다수를 이룹니다. 이런 면에서 살펴보면, 당시 국가가 신경 쓰려는 부분들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과 무력만으로는 국가를 유지하기에는 상당한 힘이 듭니다. 법은 강제력을 가지나 자발적인 결속력을 이끌어 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나 현재나 국가의 성패유무는 구성원들을 얼마나 단단하게 결속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 즈음에서 종교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종교는 인간의 뇌가 발달하면서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자연이나 죽은 사람이 주로 섬김의 대상이었습니다. 또한 부족마다 모시는 신이 달랐을 것입니다. 이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혈연으로 연결된 집단이기에 누구를 어떻게 섬기느냐에 대해 이의가 없었을 것입니다.
도시와 국가는 이런 종교에 도전을 제기했습니다. 이제 여러 부족이 모여 살면서 누구를 어떻게 섬기느냐가 주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지도자들은 이를 현실적인 힘과 상상력으로 해결했습니다. 여러 부족신들 사이에 위계를 설정하고 중심이 되는 신을 설정합니다. 즉 여러 부족의 신들을 하나의 세계 안에 통합해 버린 것입니다. 물론 최고 신은 왕입니다. 여기에도 힘의 논리가 작용한 것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 신을 섬기되,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종교를 변화시킵니다. 학자들은 이를 다신교라고 부릅니다. 다신교는 장점이 많습니다. 각 부족의 전통을 최대한 존중하여 갈등을 최소화시키면서 현재의 질서에 복종하고 통합하는 힘을 가지고 있죠. 종종 종교 갈등이 일어나고 복잡한 신들의 위계 시스템을 하나로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경우가 다수였습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다신교로 회귀했습니다.
4대 문명의 신화를 보면 이런 점은 더욱 명확합니다. 이집트 신화에는 태양신을 중심으로 한 여러 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봐도 그렇고요. 중국 신화에도 이런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언급할 예정이지만, 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왜 그토록 많은 신이 등장하는지를 설명하는 근거도 됩니다.
정리해 보면, 4대 문명은 구석기시대부터 이어진 유산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세분화시킨 것이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정교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지금 모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이죠. 문자, 국가, 종교, 도시는 지금까지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다음 이야기는 국가와 국가 간의 결합이 나타난 제국(empire)입니다.
후기: 지난번 이야기보다 더 길어졌네요. 제목은 간단하게 요약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했네요. 읽는 독자분들의 이해를 최대한 돕고자 노력한 것이니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시거나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내용, 자세하게 다루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