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혁명, 농경, 정착 생활
두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신석기 혁명입니다.
신석기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저는 혁명이라는 과감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자연 환경의 변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원전 1만년 전, 지구의 자연 환경은 엄청나게 변화합니다. 길었던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오늘날처럼 따뜻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식생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적응했던 동물들은 극지방으로 이동하였고 그 빈자리를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채웠습니다. 개와 고양이, 사자, 코끼리와 같은 포유류와 다른 동식물들이 자신들만의 터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의 높이가 상승하면서 바다의 면적이 넓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대륙 형태가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인류도 다른 동물처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려고 했습니다. 가장 먼저 도구를 변경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석기 시절에 사용한 투박한 도구로는 이제 작고 재빠른 사냥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좀 더 정교한 도구가 요구되었고 인류는 기존에 돌과 돌을 부딪혀 만들었던 석기를 이제는 갈아서 그 형태를 다듬었습니다. 학자들은 이를 간석기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는 농경과 목축의 시작이었습니다. 농사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과실을 먹고 씨앗을 버렸던 자리에 시간이 흘러 동일한 열매가 열렸던 것을 보고 인간은 '재생산'의 개념을 발견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차 농사의 방법도 발달했고 인류는 점점 더 농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됩니다. 목축도 비슷했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이거나 아니면 주변에 야생 동물을 길들여서 고기와 가죽을 얻기 시작한게 시초라고 합니다. 물론 동물중에는 길들일 수 있는 동물과 길들이기 어려운 동물이 있었습니다. 세기도 어려운 수백번 수천번의 시도 끝에 인류는 오늘날에도 기르고 있는 개, 소, 양, 말과 같은 동물을 가축화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농경과 목축의 시작은 인류에게 양면성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장점은 정착생활, 인구증가였습니다. 지금과 같이 한 곳에서 오래 살아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매번 돌아다녀야 하는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력을 많이 투자할수록 식량 생산은 점차 증가하였고 이는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신석기 시대에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지만, 인구 증가는 매우 가팔랐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제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생활에 더 유리하다는 공식이 성립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회 구조도 점차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촌락은 마을 형태로 발전하였고 규모가 더욱 확장되어 도시로 번성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규모가 커질수록 서로가 담당하는 역할도 세분화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직업의 다변화가 가능해졌고 이런 변화는 그 다음 사회를 예고하게 됩니다. 바로 계급의 발생과 국가의 발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점도 명확히 존재했습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이 땅에 예속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려면 땅이 필요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노동력을 농사에 투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지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농사는 매우 많은 변수와 많은 노동력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노동을 해야지만, 식량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제 부지런히 그리고 꾸준히 밭에 나가 농사를 지어야 했습니다. 즉 근면, 성실해야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인류가 농사를 지으면서 더 가난해지고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농경의 배신'이라는 책도 발간했습니다) 또 다른 단점은 질병이었습니다. 오래도록 인류를 괴롭혔던 질병은 대부분 동물에게서 인류로 넘어온 질병이 많습니다. 홍역, 천연두, 백일해, 결핵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질병들의 무서운 점은 삽시간에 퍼질 수 있고 변이를 거듭해 계속 인류를 괴롭힌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인류는 농경을 통해 식량과 집을 얻게 되면서 문화를 얻었지만, 질병과 근면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얻었습니다. 이는 여러 신화에서 왜 그토록 근면하고 부지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단군 신화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신화들을 찾아보면, 근면 성실한 사람이 언젠가는 행복해진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농경과 목축은 지역별로 격차를 나타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제시한 이 주장은 환경이 인류의 삶을 결정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의 주장을 간추리면, 지역별로 길들이거나 재배할 수 있었던 작물과 가축의 차이때문에 대륙별 격차가 발생했고 그것이 계속 영향을 주어 오늘날의 지역간 발전 속도 또는 불평등을 만들게 했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이면서 환경 결정론이라고 비판받긴 하지만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부유한 나라들이나 인구가 많은 나라들은 쌀과 밀을 재배할 수 있는 중위도 지역이며, 마찬가지로 이 지역들이 말과 돼지, 소를 키울 수 있는 적합한 곳이라는 점은 다이아몬드의 주장에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기원전 70만년 전부터 시작된 인류는 기원전 1만년전부터 더 빠른 사회 변화속도를 경험했습니다. 그런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인류는 다음 시대를 앞두고 앞두고 있었습니다. 계급와 국가의 발생 그리고 새로운 도구의 발명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청동기 시대라고 명명합니다.
다음 편에서 3번째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