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다양한 세계사를 간단히 정리하는 3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글은 청동기의 발명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주요 맥락입니다.
대략 기원전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농경과 목축의 시작은 정착 생활과 인구 증가로 연결되었습니다. 또한 인류의 진화도 막바지에 이르러 지금의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호모 사피엔스(영리한 사람)라고 부릅니다. 우리들의 직접적인 조상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석기 시기에 인간의 삶은 평화로웠거나 뺏고 뺏기는 투쟁의 연속이었다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석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대량 살상이 벌어지거나 한쪽 부족이 완전히 패배하여 전멸한 경우는 드물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청동기의 발명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돌(광석)이 불에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서 그 모양이 변한 것을 관찰한 인간은 곧장 생활에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금속이 바로 구리와 주석 또는 아연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청동기였습니다. 철에 비해 강도나 제작이 어렵긴 하지만 청동기가 가진 강점은 녹는점이었습니다. 청동기는 합금을 통해 녹는점을 대략 800도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반면 철은 1200도 정도에서 액체로 변합니다. 녹는점이 비교적 낮다는 사실은 에너지 사용에 큰 이점이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화력을 높이는 방법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넣어 1200까지 가열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장작이 필요한지 상상이 가실까요.
당시로서는 복잡한 제작 과정을 거친 청동기는 주로 무기로 사용되었습니다. 농경에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청동기의 특징으로 인해 구하기도 어렵고 밭을 갈기에는 물러서 농사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전투에서는 아주 효율적이었습니다. 특히 근접전이 주된 전투 방식인 당시 사회에서 예리한 청동기는 매우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무서운 상상이지만, 돌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날카로운 금속을 활용하여 죽이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청동기가 당시에 얼마나 최첨단 무기였을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이제 청동기의 보유는 전투의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청동기를 가진 부족이 청동기를 가지지 못한 부족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계급은 부족 간의 전투 결과로 발생했다고 여겨집니다. 승리한 부족은 패배한 부족을 자신의 소유물로 삼았습니다. 청동기와 식량을 포함한 주요 자원들과 여성들을 빼앗았습니다. 자신들의 힘을 더 강화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승리한 부족은 점차 전투만을 수행하는 집단으로 변해갔습니다. 이제 농사와 목축을 하지 않아도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류학자들은 부족 간의 전투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청동기 시대에 발견된 마을 유적을 보면, 하나같이 구덩이와 벽 같은 방어 시설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승리한 부족 내에서도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부족의 대표였던 부족장들은 이제 다른 사람을 힘으로 지배하는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군장(chief)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을 따르는 전사 집단과 함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사람은 서로 평등하지 않게 됩니다. 계급 사회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부족과 부족 간의 전쟁, 지배자의 출현, 불평등의 발생은 어느 대륙에서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청동기를 발견하지 않고도 이런 계급 사회가 형성된 곳이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청동기 시대를 전 지구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더욱이 식량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면, 이런 양상은 더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식량 자원이 풍부하다는 의미는 그만큼 다른 영역에 투입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많다는 사실을 의미했습니다. 이제 인간 사회는 좀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농사 외에도 군인, 건축가, 상인 등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면서 거래도 활성화되었고요. 사람들은 이전 시대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빽빽하게 모여 살게 되었습니다. 이 즈음에서 도시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청동기 시대 도시 상상도(출처: https://openart.ai/community/UkedBPcrnG7xTqNYtz1l)도시는 그 자체로 의존성과 정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존성 부분을 먼저 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여러 가지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식량 자원을 외부에 의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시가 성장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주변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영역 또는 영토 개념이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도시로 공급할 식량 자원이 충족되지 않으면 금방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죠. 또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자연스레 갈등이 생겨나듯이 질서 유지를 위한 힘 또는 권력이 필요했습니다. 쉽게 말해 공권력입니다. 공권력은 으레 실질적인 힘을 소유한 지배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배자들의 위상은 도시가 형성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강화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오늘날 문명을 뜻하는 영어가 civilization은 도시라는 라틴어 civitas라는 말에서 유래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가 농경을 하면서 문화(culture)를 얻게 되었다면, 도시는 인류에게 문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한 번쯤은 들어봤던 세계 4대 문명은 대부분 가장 빨리 도시화가 성공한 지역이라고 여겨도 무방합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과정에서 정치집단이 더욱 커지고 이들은 더 많은 자원을 관리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는 국가의 등장입니다.
4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국가의 등장과 세계 4대 문명입니다. 다음 이야기 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