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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사회의 종말 서평

포스트 탄소 사회를 위한 대안 탐색

들어가며


요 며칠간 앞날을 걱정하는 세계시민의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봤었다. 한국 언론이 퍼다 나르며 기대했던 바와는 다르게 미국 사람들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택했다. 그 결과 그가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차 당선된 것이다. 당선이 유력해지자마자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몇 마디로 세계정세를 뒤흔들었다. 당장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유엔을 비웃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더욱 다시 시작했다. 중국은 앞으로 다가올 관세 폭탄을 심각하게 염려하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거침없는 언변과 과거의 행적 때문에 전 세계는 다시 긴장에 휩싸였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뉴스 자막이 글쓴이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파리 기후협약 탈퇴 예정’


전 세계가 기후위기 또는 기후재앙으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탄소 사회의 연장을 택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트럼프의 보좌진이 모두 화석연료 기업의 로비스트 출신이라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좀 더 천천히 두고봐야 할 일이겠지만,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글쓴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민들의 머릿속에 얼마나 탄소 사회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음을 체감했다.


과연 우리는 탄소 사회를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인가? 탄소 사회 다음의 세계를 우리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그러나 우리 누구도 탄소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다음 사회를 예상해보거나 상상해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어떤 사람이 현재 탄소가 제공하고 있는 편의를 포기하면서까지 대안 사회를 상상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XL 탄소 사회의 종말(21세기 북스. 출처 예스24)

『탄소 사회의 종말(이하 탄소』은 이런 사고관의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인권전문가인 조효제는 현재의 위기가 어디서 기원하였으며, 이것을 인권의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포스트 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구성과 내용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인의 진단부터 해결책까지 문제 해결방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1부와 2부가 각각 기후위기 현실을 분석하고 원인을 진단한 부분이었다면 3, 4, 5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나누어보면 1부는 현재의 기후위기가 어떠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2부는 그러한 위기의 요인에 대한 진단을 시도한다. 3부는 기후위기가 인권침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4부는 대안을 실천하기 위한 요소를 점검한다. 마지막 5부는 4부에서 말한 요소를 어떻게 활용하여 이 위기를 극복할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사고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공존을 위해 탄소 사회에 기반한 지속불가능성을 해체하자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각 부의 요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부는 기후위기가 어떠한 위기 종류인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기후위기를 부르는 다양한 명칭, 예컨대 인류세, 툴루세, 자본세 등의 논의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나 기후변화가 현재의 현실적 압박과 미래의 예상되는 결과 사이에서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2부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해결을 가로막는 여러 장벽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효제는 기후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산업혁명과 제국주의에서 찾는다. 식민지배와 끊임없이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기제로 인해 지금의 위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를 가속화시킨 것이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말한다. 197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세계화의 진전은 탄소 의존 사회를 더욱 강화하여 지금의 위기를 앞당긴 셈이다. 그러면서 책은 이런 문제가 법적 관할권과 책임 소재의 모호함 그리고 심리적 장벽으로 인해 해결이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상 기후는 대부분의 나라에 걸쳐져 있으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도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의존하고 있는 사회에서 파생된 인지적 왜곡 때문에 사실상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다. 더욱이 탄소 사회가 주는 달콤한 편의성이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음을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3부는 인권의 종류와 기후위기가 어떤 인권을 침해하며 또 피해를 보는 집단이 누구인지를 탐색한다. 침해되는 권리는 예컨대 생명, 건강, 생계 교육과 같이 인간적인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인권이 침해된다. 마찬가지로 피해 집단도 소수 특권층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구성원이 포함된다. 여기서 책은 사회 취약계층일수록 입는 피해의 정도가 크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기후위기가 인권문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분명히 한다.


4부는 인권의 렌즈로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를 탐색한다. 사회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응집력의 증가와 불평등의 해소, 탄소 중심 경제에서 탈피하는 정의로운 전환, 분쟁과 갈등의 해결 그리고 소통이다. 좀 더 간명히 요약해보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 탄소 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모든 계층이나 집단이 배제되지 말아야 함을 저자는 다시 강조한다. 소통은 이를 잇는 방법인 셈이다.


진단과 준비단계를 지나 실천만 남았다. 5부는 6가지 분야로 모두의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탄소 사회 경제를 벗어나는 방법, 즉 지속불가능성의 해체를 위한 제안을 담았다. 먼저 필요한 것은 방향성 설정이다. 저자는 “내가 죽고 난 후에도 사회공동체가 지속하길 원하는 의식”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대중매체가 증거 중심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이와 함께 사회적 동력을 증가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기본소득 또는 보편소득, 탈성장 젠더 담론의 주류화가 달성되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물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권 담론도 필요하다고 한다. 책은 인권이 인간만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서 “공동피해-공동권리-공동이익-단독의무”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창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확실한 대안은 “제2 국회”의 창설과 같은 “대안적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민주시민의 연대가 탄소 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한다.


나가며

과연 탄소 사회가 탈피 가능할까? 에 대한 의문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소개를 마치면서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탄소 사회 다음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마저 생겼다. 당장 답은 떠오르지 않지만 책이 던져주는 묵직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탄소 사회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심각하게 고민하라! 더 늦기 전에 이런 고민이 퍼져나갔으면 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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