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것을 즐긴다.
사회생활을 제외한 사적인 영역에서의 나는 혼자인 것을 즐긴다.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집에서 술을 먹는 것, 혼자 영화 보는 것도 내 즐거움 중 하나이다. 누군가가 함께 하게 되면 상대방의 취향을 신경 써야 하는 피곤함이 나 스스로를 어렵게 만들곤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느 텀에서 쉬어가야 할지 상황별로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펼쳐지면서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그 상황 자체를 즐기지를 못하고 어색해하곤 한다. 물론 뇌를 거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도 소수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내가 너무 기가 빨려서 힘들어하는 편이다. 혼자 마음 놓고 먹고 놀고 하는 것을 더욱 좋아하기에 외로움이라는 것이 딱히 느껴지지는 않는 삶이었다.
자취를 하면서 쉬는 날에는 되도록이면 걷기를 했다. 평발이라 오래 걷지는 못하는 주제에 혜화역에서 성균관대를 지나 창덕궁과 창경궁 돌담길을 몇시간 동안 걷거나 어떤 날은 북한산 둘레길 코스를 선택해 땀을 뻘뻘 흘리며 걷기도 했다. 발바닥이 찢어져라 아팠지만 그냥 하염없이 걷는 것이 좋았다. 어쩌다 숙취로 힘든 날에는 대학로 뒤 낙산공원 한 바퀴를 돌기도 했다. 그렇게 걷다 배고프면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나와서 다시 휘적휘적 걷고 그러다 힘들면 버스 타고 자취방에 돌아와 굼벵이처럼 몸을 말고 낮잠을 자곤 했다. 그게 좋았다.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좋든 싫든 나만 만족하면 되니까. 하지만 어쩌면 혼자인 게 좋았던 것이 아니라 혼자인 것에 익숙해져서 타인과 함께인 것이 두려워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일요일에 혼자의 시간을 가지곤 한다. 쏭과 호은이 교회에 가고 나에게 주어진 5시간 정도의 시간에 집에서 쉬기도 하지만 종종 집 근처 포구나 숲에 가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물론 총각때와는 달리 가족과 함께 가면 더 즐겁기도 하지만 혼자 천천히 보내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가는 고민들이나 헝클어진 머릿속을 오롯이 혼자 천천히 걸으며 풀어내는 것이 내 휴식방법이다. 나중에 혼자 좋은 데 갔다 왔다고 쏭에게 혼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 쌓여서 뾰족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기에 이해해 준다. 아들은 아직 이런 아빠를 섭섭해 하기는 해서 같이 갈 수 있으면 가려고 노력은 하는데 나 혼자만의 시간을 양보하기에 아쉬움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혼자 하는 것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