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끄적-21. 거짓말
진실은 언제나 쓰다.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보다가 저 글을 봤다. 정말 그럴까? 하는 물음이 생겨 나를 천천히 돌아봤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했던 선택과 결정들 대다수가 결국 노력과 능력의 부족을 핑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 깊숙이 숨겨놓은 채 모른 척하고 있었다. 자기 합리화가 이루어진 일들의 결과에 만족하던 안 하던 진실은 언제나 차갑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공무원 시험에 인생을 걸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경쟁에 낄 자신이 없어서
공연 조명팀에 들어갈 자격이 안 돼서가 아니라 들어갈 준비를 하며 겪을 어두워 보이는 미래에 지레 겁을 먹어서
과한 업무와 야근에 지쳐 사표를 내고 제주로 이주했지만 다른 회사에 들어갈 스펙도 자신도 없어서
그럴 자신과 용기가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경쟁하는 삶은 싫어서, 꿈이었던 조명 팀장이 내 목표를 밟아버려서, 이제는 서울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같은 핑계로 지금 이곳에서 이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 주변에서 아무 연고도 없이 제주에 내려온 나에게 어떻게 무슨 생각을 가지고 내려왔냐고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면 '서울에서 일하다 죽을 것 같았어요' 같은 말과 '가족과 함께 저녁은 먹고 싶어서요'라는 말을 주로 한다. '서울에서의 삶의 경쟁에서 도태되어서요' 라든가 '제가 따로 배우고 익힌 기술이 없어서요' 같은 말은 절대 하지 못한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저 글을 보고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쏭도 그럴 테지만 쏭은 어떻게든 싸워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는 있다. 물론 그 길에서 텃세라던가 학연 때문에 배제되거나 패배하는 일들도 적지 않지만 나름 발버둥 치며 살아남고 있는 중이다. 그녀도 결국 사람이라 이직을 할 때마다 그럴듯한 이유로 합리화를 하지만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이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부부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합리화이기에 진실은 알지만 모르는 척 떳떳한 거짓말을 서로 하면서 살아남고 있다. 하지만 분명 한계점에 닿아 힘들 때도 있기에 그럴 때는 부부가 서로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시고 울고 웃고 하며 풀어낸다.
그렇게 거짓말이 내 삶을 덮고 있었음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