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두 빌딩이 순식간에 검은 먼지와 불길을 내뿜으며 무너져 내렸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뭐지... 영화인가?'
봉수 형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뭐예요? 진짜예요?"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뒤로는 하염없이 뉴스만 보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 테스트는 물 건너 갔구나.'
지금 생각하면 참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그 순간 내 머릿속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테스트가 취소되면 어떡하나, 그 걱정뿐이었다.
미국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되었고, 공포와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준비는 해야 하지 않나 싶어 공원으로 나갔다가, 20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가까운 곳에서 총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인들이 아랍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증오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나도 외국인이었다. 괜히 밖에 나가서 캐치볼이라도 하다가 총이라도 맞을 것만 같았다. 그날 저녁, 봉수 형에게 전화가 왔다.
"병목아, 너 테스트 중단됐어."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곧장 봉수 형을 만나러 갔고, 박 회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테스트는 어떻게 된 겁니까?"
"이 상황에 무슨 테스트냐. 미안하지만 테스트는 다음에 하자."
모든 게 무너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미국 야구 도전은 여기서 끝나는 건가. 나를 도와줬던 한인타운 형님들, (김)봉수, (주)봉수 형... 갑자기 미안한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 미국 야구 도전을 여기서 끝내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간절함이 기적으로 이어졌다. 열 번째 통화 신호가 뚝 끊기고, 박 회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스트 좀 보게 해주십시오. 체류 기간 전날도 괜찮고, 당일도 괜찮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150 꼭 던지겠습니다."
"안 돼."
그 말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테스트 딱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오! 야, 내가 너한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래, 같이 목숨 한 번 걸고 테스트 한 번 보자. 너 진짜 150 던질 자신 있어?"
"네, 자신 있습니다. 저 150 안 나오면 바다에 뛰어들겠습니다."
"알았어. 그럼 3일 말고 5일 뒤에 보자. 나도 설득을 해야 하니까. 이틀은 필요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총에 맞더라도 공원에 나가 캐치볼을 해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채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