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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Apr 28. 2022

나만의 마음사전 만들기

모든 단어를 맥 빠지게 하는 형용사가 있다. 이 녀석의 출현에 단어들은 긴장한다. 본래 단어의 지닌 맛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놀라운 존재다. 바로 과하다는 의미의 '지나친'이다. 가장 설레는 단어인 '사랑'조차도 '지나친'을 만나면 그 색이 바래진다.  


'지나친'의 사전적 정의는 '정도가 넘치고 과하다'이다. 살아오면서 ‘섬세하다, 생각이 많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몇몇은 그것이 ‘지나친’것이 문제라고 말했고, 그런 이유로 관계가 깨어지기도 했다. 20대 시절, 흔들거리던 나는 그들의 말에 저항하면서도 그 증거처럼 보이는 경험들이 이어질 때마다 속수무책이었다. 지나친 섬세함은 내 일상을 자주 흔들어 놓았다. 작은 말에도 쉽게 상처받았고, 5G급의 감정이입으로 가슴은 바쁘고 고단했다. 지나치게 생각하느라 뛰어나가야 하는 타이밍에 머뭇거렸다. 그런 나를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못해 어쩔 줄 모르던 시간이었다. 신이 나를 만들 때, 몇 가지 재료의 양념을 과하게 털어 넣은 걸까?


나이가 든 지금도 가끔 비슷한 얘기를 듣는다. 이제는 그런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사람의 경험을 토대로 그가 내린 정의이다. 따라서 그에게만 옳다. 나에게는 나만의 마음사전이 있으니 내 사전을 뒤적여볼 뿐. 나는 섬세하고 따뜻하다. 작은 일에도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깊이 사색한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섬세하다, 라는 단어에는 따뜻함과 우아함이 담겨있다.

예민하다, 라는 단어에는 차가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한다. 단어를 달리 놓으면 "섬세한 것과 예민한 것은 아름답습니다" 된다. 섬세함과 예민함, 모두 아름다움이란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넌 너무 예민해서 사는 게 힘든 거야,

 남들처럼 적당히 무난하게 살아’

라고 말하던 지인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지금 이 모습 이대로의 내가 좋아!


남들처럼, 남들 보기에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차곡차곡 내 마음을 마음사전에 잘 담아가는,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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