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점 그 다음에

나 이제 진짜 백수네

by jade

약 한 달 만에 밤부터 아침까지 깨지 않고 내리 잤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침의 개운함. 다시 그 업계와 직무로 가기에는 두렵고,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했던 걱정들은 우선 잠시 접어두기로 했던 것이 숙면에 아주 큰 도움이 된 듯하다. 우선 몸부터 추슬러야지. 몸이 건강해져야 알바를 지원하던지 취업상담을 받던지 할 것 아니겠냐구. 뭐... 물론 추후에 면접 보게 되면 '건강이슈로 인한 퇴사'가 내 발목을 또 잡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벌써부터 걱정하지 말자.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몸이 좀 더 좋아지면 그 회사로 다시 출근카드 찍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인데 내가 퇴사자 백수란다. 치료받는 시간을 제외하고 뭘 해야 하지? 돈 들어올 곳도 없어서 여행같이 소비를 통해 뭔가를 하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워서... 모르겠다.


그래도 백수여서 좋았던 점이 있다. 엄마랑 시장에 나가서 돈까스를 먹었다. 요즘 돈까스를 뒤집어서 먹는 게 유행이라고 알려드렸더니 좋아하셨다. 평일 낮에는 할 수 없었던 일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몸만 얼른 더 좋아지면 그냥... 놀러 다닐까? 어차피 주변 친구들은 전부 직장인이라 같이 시간을 보내자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때 아니면 또 나 혼자, 엄마랑 평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또 올까 싶기도 하고. 다음에 일하게 될 곳이 이전 직장처럼 연차가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n년 전 백수 때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누워있고의 반복이었다.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물론 지금도 그 감정은 비슷하다. 여전히 무기력하고 우울하지만 그래도 내가 나에게 살아보자고 얘기하고 싶다.

출퇴근했을 때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해 떠있을 때 치료 잘 받고 잘 회복하고 일기를 쓰든 영화를 보든 아무튼 최대한 누워있지 않기를 실천해보려 한다. 건강 이슈로 안 누울 수는 없겠지만 뭐 아무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이 이런 식으로 지나갈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지나가고 있는 중이니까. 앞으로도 더 쭉쭉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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