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

이제 퇴사를 곁들인. 이것이 시작이자 끝이길 바라며.

by jade
2025년이 너 삼재래


삼재? 그게 뭔데 먹는 건가? 심드렁하게 볼따구 벅벅 긁던 업보를 이렇게 맞을 줄이야.

설 지나고 나서 회사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일인데) 눈물 쏙 뺄 만큼 된통 깨지질 않나. 후에 좀 괜찮아졌나 했더니 이번엔 건강문제가 내 발목을 잡았다. 진료받고 약 먹고 하면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던 게 더 이상 기다려달라 할 수 없을 때까지 더디게 회복될 줄은, 그리고 그게 사직서까지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 삼재 한번 드럽게 지독하네.


사직서 쓰기 전날까지 우울하고 속상하고 불안했다. 계속 눈물이 울컥 차오르고 감정이 요동쳤다. 손에는 눈물을 찍어낼 손수건이 필수였다. 슥슥 손으로 눈가를 문댔더니 따가울 정도로 발갛게 부르터버려서.


와 우울해미치겠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내 몸은 왜 이렇게 회복이 더딘 거야? 언제쯤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거야? 몸이 모두 회복되었다고 치자. 지금 불경기라는데 퇴사하고 나면 어떻게 재취준하지? 회의감이 밀려오는데 이 분야 이 직무를 다시 가야 할까? 불안한 마음에 직무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사람인 잡코리아를 들어가 슥슥 넘기는데, 보면 뭐 좀 나오나?

물론 내 선택이긴 했지만 그래도....!하면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처방약기운에 취해 자는 것 말고, 밤부터 새벽동안 푹 잔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더라. 너무너무 자고 싶어서 동네 약국 복용지도대로 수면유도제 2알 먹고 부작용이 후폭풍처럼 몰려와 다시는 손대지 않기로 다짐했다.


몸도 마음도 괴로웠던 두 달이었다. 이야, 다이나믹하다. 그리고 그 마무리는 퇴사였다.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 사람들과도 진짜 마지막이구나. 언제 또 이런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까. 생각도 못한 직원분께 편지와 선물을 받았다. 건네주시는 눈이 글썽글썽해지신 걸 보고 힘겹게 참았는데 와르르 무너졌다.


거래처와도 퇴사인사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지나간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잘한다고 상사 몰래 칭찬해 주셨던 거래처 부장님은 전화까지 오셨다. 내가 이 회사에서 버틸 수 있게 했던 하나의 요인이셨는데. 거래처에서도 걱정해 주셨다니 참 죄송하고 감사했다. 이렇게까지 생각해 준다고?


몇날며칠을 곱씹으며 엉엉 울만큼 상처받고 혼나고, 그래서 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내 유일한 방어막이자 버팀목이셨고 나를 그곳에서 가장 아껴주셨던 분께도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내가 확고한 결정을 하기 위해, 정을 떼게 하려고 일부러 매몰차게 했다지만 솔직히 상처 진짜 많이 받았다. 덕분에 결정을 내렸다


선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접할 수 있어서 감사했던 시간들이었다. 몸 회복되면 커피약속 밥약속을 잡자고 하는 게 말씀만으로도 참 감사했다. 좋은 분들과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하니 오히려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하는 이 마음까지.


어찌 됐든 인사도 잘 마무리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발걸음을 옮겼다.



길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을 시간이 이렇게 갑작스레 정리되어 버리니 속상하지만 어쩌겠어. 한편으로는 억울하겠지만 이것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우선 건강부터 회복하자.

그다음에 적금 만기된 걸로 여행도 가고

그다음에 직무 진로상담을 받던지, 챗gpt한테 경력기술서를 돌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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