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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괴랄랄 Dec 06. 2023

캐나다에서 만난 계모

2. 이데렐라는 나이 처먹고 계모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했다.

몸땡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몇 마디로 수백명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볼 때마다 마치 겨우 한 명이 수백명의 인간들을 모조리 패버리는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이 들었다.

남을 웃게한다는 건 그 정도로 힘이 세다. 사람들은 목젖 개방과 동시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물론 웃기지 못하면 '정색'이라는 무기로 처맞아야하는 것 역시 꿀잼포인트.


나는 강해지고 싶었고 또 내 세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무기를 구경하고 싶었다.

언어의 장벽이 극복해낼 수 있는 영역인지, 겨우 1년밖에 쌓지 못한 커리어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옮겨갈 나의 새로운 직무가 정말 내 적성에 맞는지.

주님이 주신 달란트를 환전하러 나는 캐나다에 갔다.


그렇게 웃음을 찾으러 간 곳에서...

나는 악덕 계모를 만났다.


하하하

홈스테이의 첫인상은 아주 좋았다.

홈 맘은 앨리스. 야스민이라는 아주 어린 아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필리핀 아주머니였다.

나를 두팔벌려 환영해주셨고 야스민은 조금 낯을 가리긴 했지만 아주 조용하게 날 맞아주었다.

나보다 먼저 이 집에서 지내고 있었던 홈메이트는 둘 다 나보다 어린 여자애들이었는데, 운좋게도 정말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감당안되는 E 100%인간들이어서 기가 빨리긴 했지만.

파티를 가기에 너무 늙어버린 나라서 함께 하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맨날 골골 거리는 노인을 공경 해준 유교 코리안과 니혼징이라서 참 고마웠다.


엥두?는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시작됐다.

앨리스는 ㅆ인싸.

우리는 밥을 다 먹고 가장 최소한의 자기 전 의복만 갖춘 채 담소를 나누려 거실에 모였다.

갑자기 물밀듯이 의문의 남성들이 집구석에 처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여자도 있었지만 최대한 과장 + 각색으로 양념을 쳐보려 한다.

그들은 이 동네 인싸 of 인싸 홈맘 앨리스의 동네 친구들과 그들의 자녀였고, 당시 시각은 오후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마치 부족행사처럼 그녀의 친구들이 거실을 꽉 채웠고 우리는 얼레벌레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중 한명의 아재가 내 방에 침입하더니 별안간 옷장을 수리했다.

그 때 난 도망쳤어야 했다.


야스민은 퇴마가 필요해.

내 방 옆 화장실에는 야스민의 비밀 놀이공간이 있었다. 쥐쉑처럼 거기 숨어있었는지 꿈에도 모르고 샤워 하다가 알몸이 까발려졌을 때의 심정은 정말 처참했다. 더군다나 조용한 줄로만 알았던 야스민은 사실 돌고래와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미친 고음과 목청의 소유자였다. 밤 늦게까지 그 비밀 공간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그녀에게 구마의식이 시급해보였다.


집구석 = 코노로 리모델링하기.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리모델링. 나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하나둘씩 낯이 익은 기계들이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무관심하게 지나쳤다.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된 부족행사에서 리모델링이라는 나비의 날갯짓이 어떤 십폭풍을 몰고왔는지 확인했다.

그 익숙한 기계는 노래방 기계였고, 난 밤 11시가 넘도록 그들이 열창하는 기괴한 외딴 타국의 노래를 들어야만했다. 그 중 그나마 아는 노래가 타이타닉 OST 였는데 이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만 봐도 경기를 일으킴.


그 때 당시에는 셰익스피어 3대 비극이 나에게 전부 일어난 기분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꿀잼 에피소드로 남았다. 사실 이렇게 겪었으면 도망치면 쉬웠을 일이지만 다른 집을 찾아보는 것 자체가 개귀찮은 일이라 시도조차 안했다는게 참 개노답.


유학원이 끝나면 2시였고 집에 도착한 오후 3시부터 밤까지 긴 시간을 계모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유학원 자체는 영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유학원에는 영어를 배우러 온 한국인, 일본인, 라틴계 외국인이 다라서 다양한 문화는 체험할 수 있었지만 영어 실력이 향상되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다니기로 했다. 피지컬 오지고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핫걸이 되기로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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