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괴괴랄랄 Dec 07. 2023

캐나다 들짐승이 되려다가 돈 뜯김(1)

3. 계약할 때는 번역기를 돌리세요.

내 인생에 자기관리는 없지만 운동은 늘 있었다. 초딩 때는 합기도, 중딩 때 유도, 고딩 때 플라잉디스크+축구 뭐뭐 등등, 대학교 이후부터는 쭉 주짓수.

대충이라는 벌레와 게으름이라는 질병과 공생하지만 도파민 중독이었던 관계로 언제나 자극적이고 거친 운동을 즐겼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건강이 죽창나는 종류로.

핑프냐고 직접 알아보라고

공부가 하기 싫어서 반 미치광이였던 중딩 때 이런 개소리를 지식인에 했던 과거 존재.

공부를 때려치겠다는 심보도 존웃이었지만 시티헌터를 인상깊게 시청하고 시작한 유도도 팽개치고 돌연 사격선수가 되겠다는 중2병 환자를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말렸다.

그 때 엄마는 내게 베이징 올림픽 메달을 방해하는 빌런이었고 한 2일 정도 개기다가 포기함.

본능적으로 내 자신의 운동능력이 공부보다도 애매하다는 걸 체감했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 운동은 철저히 취미가 되었다.


그렇게 원어민 친구도 사귀고 힘도 좀 써보려고 복싱을 시작했다. 비극의 서막.

문을 열자마자 보인 캐나다 국립공원 들짐승같은 언니들을 보자마자 계약을 결심했다. 도장 코치가 씨부리는 영어는 3분의 2 정도 한귀듣한귀흘했다. 흘리지 않아도 어차피 못알아들음. 냅다 영어로 싸인을 휘갈기고 한달을 열심히 수련했다. 마침 코치가 나랑 동갑 + 아시안 + 주짓수 광인이어서 가끔 걔네 도장에도 놀러갔고 주짓수도 했다.

난 아주 운수좋은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새로 간 도장에서 친구도 사귀고! 친구가 차가 있어서 이것저것 먹으러 가고, 심지어 주말마다 주짓수 무료체험이라니.

내 그지근성이 날마다 환호했다.


근데 운수 좋은 날의 결말이 어땠더라 ㅋ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에서 만난 계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