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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Apr 14. 2024

1화. 4살에 교통사고로 죽음까지 다녀온 아이

최초의 기억, 그리고 사실


병원에서 저렇게 불쌍한 아이는 누구일까... 아기 엄마는 마음 아프겠다고 생각했지만, 내 둘째 아들이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생애 시간 상 최초의 기억들은 무엇일까?

슬프게도 내 최초의 기억은 4살에 크게 났던 교통사고가 그렇다.


구급차에 가족 모두가 벽 쪽에 앉아있고, 나는 구급차의 중앙에 놓인 침대에 몸을 누어 머리에 단단하게 감아진 붕대 틈새로 가족들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통증은 없었다. 이 기억이 최초의 기억이다.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아직도 큰 충격으로 인해 강렬한 기억이 만들어낸 꿈의 내용일지 현실을 본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한 번은 부모님에게 이 내용을 말하자 당시와 일치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사건은 내가 4살이 되던 해의 명절날에 부모님과 친할머니 집을 가려던 날이었다. 평소에는 이른 낮 시간에 출발했지만, 그 해만 일정이 있어 해가 진 저녁에 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할머니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 인근 병원으로 온 가족이 이동하게 되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술에 취한 운전자가 우리 가족의 차를 그대로 중앙선을 넘어 전면 충돌을 해버렸다. 그리고 출발 전에 4살 꼬마에게는 안전벨트가 너무 답답했는지, 부모님에게 헐겁게 안전벨트를 채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날만큼은 그렇지 않았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충돌과 동시에 몸이 붕 뜨며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광대뼈를 박고 안와골절, 후천성 사시, 홍조 그리고 코뼈가 비 뚫어지게 되었다. 4살에게 너무 가혹한 부상이었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4살 아이에게 인공뼈를 집어넣는 대수술을 마치고 대학병원에서 겨우 살아난 나는 병원에서 눈까지 가린 채로 붕대가 채워졌다. 내가 그렇게 짊어진 세상의 짐이었다. 


마취에서 깨어나고 내 머리에 씌워진 붕대를 뜯어내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붕대를 잡고 뜯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간호사 분과 의사 선생님, 어머니가 내 손과 몸을 힘으로 누르며 제지했다. 전신 마취였기에 불쾌한 두통과 통증들이 내 몸을 감쌌기에 여간 피곤했을 것이다. 힘에 빠진 나는 잠에 들었다. 


비단 나만 크게 다친 것이 아니었다. 형은 사고로 머리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후유증을 막기 위해 머리에 기계를 심게 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유리 파편에 얼굴을 크게 다치셨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38살이었던 아버지와 34살이었던 어머니에게 큰 짐을 안겨드렸다. 그리고 다친 것에서 끝이 아니었다. 


상대 운전자 측이 술을 마신채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최소 과실을 훨씬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가는 게 당연했다.  강제적인 합의를 위해 조직 폭력배를 기용해 집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조직 폭력배를 기용했기 때문에 불리하더라도 합의를 하려고 하셨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어머니는 그렇지 않으셨다. 맞서 싸우셨다. 다행히도 어머니가 향하신 방향으로 진전되었다. 지나고 나서 우리 가족에게 남아있는 건 교통사고로 인한 상처들 뿐이었다. 


나는 병원을 계속 다니게 되었다. 이후 유치원에 갈 때까지 4살에 겪었던 세상이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 또한 나처럼 병원을 다니는 줄 알았다. 세상의 끝을 다녀온 나는 어린 얘들에게는 호환마마 같은 주삿바늘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분명 붕대 사이로 흘끗 쳐다본 세상은 고통스러웠다. 주삿바늘이 내 피부를 비집고 들어온 걸 수없이 봤었다.



위 인용은 어머니가 내가 대학생 때 사고 내용을 회상해 주시며 얘기해주신 내용이다. 


이 얘기를 처음 듣고 나서는 충격을 받았다. 가족 전체가 겪었고, 가족끼리 여러 번 입방아에 올랐던 주제였다. 이 문장을 처음 듣고 얼마나 자신의 4살짜리 아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지, 그리고 그 아들을 못 알아본 어머니가 스스로 받은 충격을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이제야 성년 티를 조금 벗은 아들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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