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by 윤아 선생님

윤아는 1990년대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무엇이든 보통 이상을 해내는 아이였다. 글짓기 대회에 나가면 장려상을 받았고 미술 대회에 나가면 우수상을 받았다. 반에서는 이어 달리기 선수로 뽑혔고 성적표에는 '수'가 가득했다. 뭐, 가끔 수학 때문에 '우'가 섞여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윤아가 공부를 제일 잘한 아이는 아니었다. 사실 글짓기를 제일 잘하는 아이도,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 아이도 아니었다. 달리기를 제일 잘하는 아이도 아니었지만 그 학교의 선생님들은 윤아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고 학교 대표를 뽑아야 할 때는 가장 먼저 윤아를 찾았다. 똘똘하고 야무져서 여러 영역에서 평타 이상을 쳐내는 윤아는 선생님들이 보기에 복덩이였다.


윤아는 아이들이 수학 익힘책 문제를 못 푸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까 선생님이 직사각형 넓이 구하는 방법 알려주셨잖아. 가로 곱하기 세로라고. 그럼 여기 있는 4랑 7이랑 곱하면 되지 왜 더하고 있니?”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는 선생님보다 윤아에게 가서 물어봤다. 무서운 선생님한테 말을 거는 것보다는 윤아의 잘난 척을 보는 게 더 나았기 때문이다. 윤아는 친구들이 물어보러 올 때마다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으며 더 잘난 척이 심해져 갔다. 이때부터 윤아는 미래에 자신이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윤아에게 선생님보다 더 잘 어울리는 직업은 없어 보였다.


윤아는 고등학교까지 큰 기복 없이 공부를 잘했다. 서울대 연고대를 갈 만큼은 아니었지만 교대를 목표로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당연히 교대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에 가서 서울에서 대학 생활도 해보고 선생님도 되는 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이화여대를 목표로 하기도 했다. 2학년이 되니 교대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었다. 사회가 모두 안정적인 직장을 얻지 못하면 큰일 날 것처럼 불안하게 했다. 3학년이 되니 이제 주제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지방 교대에라도 붙으면 다행이었다. 다행히 수능을 나쁘지 않게 쳤고 원서에는 교대만 썼다. 윤아가 앞으로 교사가 될 거라는 건 확실해 보였다.


입시가 모두 끝나고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였다. 우리 반에서 제일 공부 잘하던 애가 고대 국어교육과에 갔다고 했다.

'걔도 어차피 선생님이 될 건데 비싼 돈 낼 바엔 교대에 다니는 게 훨씬 낫지.'

지방 교대에 입학하고 보니 같은 과에 고대를 붙고 온 친구가 있었다.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고 했다.

'등록금이래 봤자 백만 원 정도밖에 안 하는데 전액 장학금 아니어도 괜찮지.'

그때의 윤아는 어렸고 그저 교대에 붙은 걸로 충분했다. 고대와 교대는 그저 한 끗 차이일뿐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윤아는 가끔 이때를 떠올렸다. 그때 교대에 떨어졌다면 어땠을까 하고. 교대에 떨어져 울고불고 며칠하고 나면 재수하는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지 발견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선생님은 졸업을 하고 나서도 평생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걸 깨닫지 않았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