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는 1학년 선생님

by 윤아 선생님

윤아는 임용 고시를 쳐서 집 근처 초등학교에 발령이 났다. 1학년 담임이었다. 옆 반 선생님은 윤아의 엄마와 비슷한 나이대였다. 윤아보다 20살은 더 많았던 옆 반 선생님은 컴퓨터가 이상하다며 자주 윤아를 찾아오셨다. 프린터기 코드가 빠져있는 것을 끼워드리고 도망 다니는 이미지 파일을 표 안에 넣어드렸다.

"요즘 교대 들어가기가 그렇게 힘들다던데 역시 똑똑한 애들은 다르네. 달라!"

옆 반 선생님은 윤아를 자주 칭찬하셨다. 하지만 윤아는 매일 안갯속을 헤맸다. 교직에 첫발을 디딘 윤아에게 1학년은 버거웠다. 나중에야 알았다. 아무도 1학년을 희망하지 않아서 윤아가 그 자리에 가게 되었다는 것을. 1학년은 경력이 있는 선배 교사들에게도 버거운 상대였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윤아는 여러 가지 아름다움 중에서 특히 귀여움에 약했다. 1학년은 윤아에게 귀여운 찰나의 순간을 던져주고 대부분의 시간은 고통을 주었지만 뭐가 뭔지도 몰랐던 윤아는 그 귀여움에 취해 1년을 무사히 보냈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는 1학년을 하지 않았다.


1학년은 그동안 만나온 어떤 인간들과도 달랐다. 그들은 한글을 몰랐다. 기억 니은부터 가르쳤다.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책도 읽고 일기도 썼다. 1학년들이 쓴 일기는 대부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간신히 알아본 내용은 귀여움에 한도가 없었다.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것은 우비, 우산, 무지개, 시발."

장화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욕을 써버렸다.

그들이 글자를 제법 잘 쓰게 된 이후로는 매일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서 선물했다. 윤아의 책상과 가방에는 이런 쪽지들이 뭉텅이로 굴러다녔다. 주로 윤아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내용인데 이제 좀 컸다고 내용이 제법 의젓했다.

"선생님 우리가 어려움이 있으면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도 어려움이 있으면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윤아는 쪽지를 받을 때마다 호들갑스럽게 고마워했다.

'뽀시래기들아 너네가 나를 어떻게 도와줄 건데?'

그들은 너무 귀여워서 위험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결코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이는 아직 영구치가 아니었다. 윤아는 이가 흔들려서 공부도 집중 못하고 밥도 잘 못 먹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선생님이 빼줄게 호기롭게 외쳐놓고 윤아의 앞에 와서 아무 걱정 없이 입을 크게 벌린 어린이의 흔들리는 이를 보자 윤아는 현실을 자각했다. 본인의 이는 물론이고 남의 이를 빼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윤아는 본인이 더 겁에 질려 첫 시도를 실패했다. 두 번째 시도는 어찌어찌 성공했고 빠진 이를 정성스럽게 싸서 집에 보냈다. 그 이후에도 이가 흔들리는 어린이들이 주기적으로 등장했고 윤아는 이 많은 어린이들의 이를 빼줄 수 있을 만큼 대담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윤아 치과는 문을 닫았지만 가끔 옥수수나 햄버거가 나오는 날에는 알아서 이가 빠지기도 했다. 앞니가 빠진 어린이들은 웃을 때 너무 귀여웠는데 특히 국수가 나오는 날 국수를 끊지 못해 고군분투할 때 제일 귀여웠다.


아이들을 집에 보냈다고 해서 일이 끝나지 않았다. 1학년 학부모는 신규 교사가 못 미더웠는지 자주 전화했다. '선생님이 아직 애를 안 낳아봐서 모르시겠지만'으로 시작하는 간섭인지 걱정인지 모를 말을 자주 들었다. 밤 11시에 술에 취해 전화해서 우리 딸을 괴롭히는 애가 한 번만 더 있으면 잡아다가 묻어버린다는 아빠도 있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기가 싫었다. 애들끼리 장난치는 것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런 날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옆 반 선생님이 윤아의 교실로 찾아오셨다.

"어릴 때나 저러지 5, 6학년 되면 공개수업도 보러 안 와."

이 말은 윤아에게 희망이었다. 윤아는 희망의 빛을 쫓아 다음 해에 바로 고학년으로 도망쳤다.

몇 년 후 서이초 사건이 일어났을 때, 윤아는 자신의 1학년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1학년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선생님.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이 사건은 윤아에게 충격이었다. 선생님이 되기로 한 것이 부동산 상승장에 빚을 내서 집을 산 것보다 더 큰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이것은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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