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령 이후로 윤아는 무조건 5학년 또는 6학년만 지원했다. 1학년에 비해서는 제법 의젓해 보이는 3학년과 4학년도 학교로 걸려오는 전화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간다고 해서 교사의 삶이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6학년은 윤아가 6학년일 때보다 발육이 빨랐다. 그래서 윤아가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출근하는 날에는 학생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제일 억울한 것은 급식실에서였다. 보통 선생님들은 학생들보다 밥도 반찬도 많이 받았지만 가끔 제일 앞에 있는 반찬을 받을 때 초딩으로 오해받으면 마지막 국까지 초딩으로 오해받아 절반 밖에 받지 못했다.
이 날은 선생님인걸 알아봐 주신 조리종사자님들께서 맛있는 것도 많이, 맛없는 것도 많이 주신 날이었다.
“선생님은 왜 새우튀김 2개 받아요?”
윤아의 앞에 앉은 윤아네 반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윤아는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했다.
“너는 학생이구, 나는 선생이야!”
로망스의 김하늘 대사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윤아는 좀 더 선생님다운 대답하고 싶었다.
“그럼 너도 새우튀김 2개 먹고 김치랑 나물도 2배로 먹어.”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유치한 대답이었다. 윤아는 자신이 한 대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는 공짜로 먹는 거고 나는 급식비 내는 거야. ”
그다음에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이렇게 대답했던가?
“그럼 너도 선생님이 되렴.”
이것도 별로다. 게다가 몇 년 동안 같은 질문을 계속 받게 되니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윤아는 내가 2개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대답하나 싶었다.
“배식해 주시는 분이 2개 주셨어. 왜 선생님만 2개 주냐고 네가 가서 물어봐.”
이때 진짜로 배식대에 가서 이유를 묻는 초등학생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배식해 주시는 조리종사자에게는 묻지 못하고 선생님한테는 묻는 이유가 무엇일까? 윤아는 이제 이 질문을 하는 아이들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왜 가서 안 물어봐? 가서 물어봐. 나도 궁금한데.”
초등학생들은 윤아만큼 고심해서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에요, 이제 안 궁금해요.”
“괜찮아요.”
성의 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초등학생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 일은 급식실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선생님은 왜 이렇게 키가 작아요? 진서가 선생님보다 더 큰 거 아시죠?”
진서는 농구부로 초등학교 6학년이 벌써 180cm에 가까운 키를 가졌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학교에 진서보다 큰 선생님은 몇 없지만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 질문을 하는 초딩보다는 윤아가 훨씬 크니까.
“선생님 머리 좀 자르세요.”
윤아도 미용실을 가야지 생각하고 생각하던 참이었지만 엄마도 아니고 초등학생한테 이런 잔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윤아는 이럴 때마다 선생님이 편하기 때문일지, 궁금함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일지, 후드티를 입고 다녀서 친구라고 착각한 건지, 사람을 봐가면서 예의를 차리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날 저녁 헬스장에 간 윤아는 거울 앞에서 나시를 입고 바벨을 드는 아저씨들을 보았다. 평소 나시를 입고 두꺼운 벨트를 차고 땀을 뚝뚝 흘리는 아저씨들을 보면 왠지 모를 불편함과 남사스러움이 느껴졌었다. 그날은 달랐다. 저런 팔뚝을 가진 아저씨들은 초등학생한테 새우튀김 2개 받는 이유를 설명할 일을 없을 것이다. 나는 왜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도를 아십니까? 의 타깃이 되는 외모를 가졌단 말인가. 윤아는 종합격투기 김동현 선수처럼 되고 싶었다. 그렇게 두꺼운 팔뚝을 가졌는데도 새우튀김 2개 받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때는 친절하게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 너, 진짜 선생님이 새우튀김 2개 받는 이유가 궁금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