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쌀국수와 크랩 스프링롤을 둘 다 먹어보다.
호찌민 3대 쌀국수 맛집은 포레 (PHO LE)를 찾아갔다.
5군에 위치한 현지인이 주로 찾는 식당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갈비탕 국물의 맛이었다. 다만, 한 가지 메뉴가 정작 아쉬웠다.
문득 간식으로 스프링롤이 먹고 싶어졌다.
구글에 분짜 맛집을 검색해 보니, 호찌민 1군 분짜 스프링롤 맛집 꾸안넴 (QUAN NEM)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바스락바스락 소리 나는 크랩 스프링롤이 더 유명했다.
고민도 잠시 아이폰을 열고 그랩 어플을 켰다. 눈을 떠보니 그랩 오토바이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15분 거리에 위치한 CNN도 인정한 맛집을 향해 달려갔다.
이 식당에는 현지인은 거의 없었다.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으며 한국 사람도 구석구석 보였다.
40도 이상의 뜨거운 햇빛 덕분에 사이공 맥주 대신 코코넛을 시켰다. 코코넛물 한 모금 마시고, 바삭하게 튀긴 스프링롤을 한 입 먹었다. 따뜻한 철판에 올려서 음식의 따뜻함을 유지해 주면서 내 마음의 평온도 유지해 주는 듯했다.
바삭바삭한 튀김. 속이 가득 찬 부드러운 꽃게살. 겉바속촉한 부드러운 느낌. 먹을 때마다 꽃게살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한국에 돌아오니 '두 개를 시켜 먹을 걸', '한번 더 다녀올 걸' 후회가 남는다.
나는 매번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했다. 그리고 상처를 받았다.
사람들은 항상 선택을 하고 한 후회보다 선택을 안 하고 한 후회에 더 미련을 갖는다. 스프링롤을 두 개 안 시키고 한국 돌아오고도 4일 동안 생각나는 나처럼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 후회에 대한 확신이 더 드러나는 듯하다.
어차피 인간이라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되어있다. 어차피 해야 할 후회라면 해보고 짧게 하는 것이 낫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닐 로즈 교수는 후회를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행동을 하고 나서 한 후회는 최근에 일어난 일과 관련 있다. 하지 않은 행동은 옛날에 일어난 사건과 연관이 있다. 즉, 해보지 못한 후회는 평생 지속되는 반면 특정 행동을 하고 난 후회는 일시적이다.
즉, 그는 "할까, 하지 말까 할 때는 해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다.
학창 시절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를 못 나온 것에 후회한다. 대학생 때 1학기 휴학을 내면서까지 자격증을 준비했으나 도서관에서 멍 때린 시간을 후회한다. 교환학생을 가서 국제투자분석대회에 참여했으나 대회 준비도, 유럽 여행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 내가 생각했던 진로와는 다른 방향성으로 취업을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한다.
다만, 후회만 하고 끝나는 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후회하지 말고 반성해야 한다. 공자 왈 삼성오신 (三省吾身)으로, '하루에 세 번 자기가 한 행동이나 생각을 반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남겼다.
지나간 서른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 또한 후회할 수 없다. 그저 이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준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호찌민을 여행하며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준 환경에 감사하다.
항상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후회가 있어야만 진정한 삶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도전을 하고 후회를 해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겠지만 가이드는 제공할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선택한 길을 미련 없이, 그리고 후회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두 번은 없다.
한 번 밖에 없는 내 인생은 소중하다.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