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부터 블로그에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주절주절 쓰면 보통 1~10회 정도의 조회가 이루어지는데, 뭐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입맛 도는 상업성 글도 아니며 프로 글쓴이도 아닌 주제에 블로그 잘하는 강좌를 듣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블로그 강좌를 듣고 공략법을 터득한다면 방문 수가 드라마틱 하게 상승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때부턴 나의 생각을 모으는 것보다는 높은 방문 수치를 내기 위한 노동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가이드라인대로 모두가 최상의 키워드와 최상의 디자인으로 짜인 글쓰기를 따른다면 이상적인 게시물이 될 수 있겠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게시물이 되기도 쉽겠죠. 평준화는 곧 매너리즘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독특한 문체나 신선한 발상 같은 것들이 발현되기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나의 게시물을 봐준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그것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면 주저 없이 사람을 모으는 글을 쓰면 되는 것이고, 그보다 손이 가는 대로 쓰는 것이 마음에 든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저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딱히 그럴듯한 철학이 있어서가 아닌 이쪽이 좀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지금까지 글을 얼마 쓰지도 않았지만 글에는 크게 '밖의 글' 과 '안의 글'로 나뉜다는 생각도 듭니다.
밖의 글
'밖의 글'은 정보성 글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정보를 원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정보를 찾아다닙니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쉽죠.
그런데 이건 정보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재료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확해야 합니다. '밖의 글' 이니만큼 재료도 밖에서 오고 검증도 밖에 나와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합니다.
따라서 쓰는 것보다는 재료 모으기와 검증 과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면 중압감에 글쓰기는 부담감으로 다가오게 되기 쉽죠. 또는 자신의 생각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결과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의 글
반면 '안의 글'은 나 자신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각을 쓰는 것이니 만큼 재료가 이미 내 안에 다 들어있죠. '시' 와 '에세이'처럼 말이죠. 자료를 모으는 시간이 들지 않으니 떠오르는 생각만 있다면 그냥 차분히 키보드만 두드리면 됩니다.
내 생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일개 개인의 의견일 뿐이니 굳이 정답이어야 하거나 검증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내 안에 나도 몰랐던 것들을 끄집어 내면서 "오~ 이런 것도 들어있었나?!" 하고 혼자 감흥을 얻을 수 있는 대신 반대로 타인의 공감과 관심을 얻지 못할 확률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읽어주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죠.
'안의 글'부터 써야 '밖의 글'도 쓸 수 있다
물론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썼는데 반응도 좋으면 베스트겠지만 확률상 그건 힘들고 저는 일단 저 둘 중에서는 '안의 글'부터 골라 봅니다. '밖의 글'은 에너지원 또한 밖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하면 일주일도 지속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안의 글'은 자가 충전이 가능합니다. 글쓰기 전에 귀찮음이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입니다만 안타깝게 관심을 받지 못했더라도 쓰는 글에 걸려 나오는 나도 몰랐던 나의 면들을 줍는 재미가 목적을 줍니다. 내 머릿속에 또 뭐가 들어있을까 궁금해서 꺼내볼 생각이 드는 욕구를 주는 것이죠.
어쨌든 그렇게 내일도 순수하게 글을 쓸 마음이 생기는 자가 동력이 글쓰기의 본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비축한 동력이 충분해야 정보성 글을 쓰거나 돈이 되는 글을 쓰더라도 어디서 이미 본듯한 글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이 입혀진 글을 쓰는 것도 가는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