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기 위한 두 가지 스텝
보통은 자전거를 익숙하게 탈 수 있게 되면 내가 어떤 원리로 자전거를 몰고 있는지 따위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을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원만하게 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두 가지 스텝이 있습니다.
첫 번째 먼저 자전거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에 맞춰 따라가 줘라.
두 번째 그다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라.
자전거가 향하려는 방향과 내가 가려는 방향이 같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죠. 자전거는 오른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내가 왼쪽으로 가고 싶다고 무리해서 왼쪽을 강요하면 결국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기 십상일겁니다.
반면 자전거가 기우는 방향으로 먼저 충분히 따라준 후 내가 원하는 방향을 요구하면 자전거도 흔쾌히 응해줄 테죠.
좋은 대화를 위한 두 가지 스텝
대화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던졌을 때 전혀 공감이 가지 않거나 순간적으로 반론이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난 그거 싫어" 하고 시원하게 상대에게 카운터를 먹이고 싶은 순간이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당장은 시원하고 통쾌할 수 있지만 그 대화는 교감이라는 도착점까지 완주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본심을 숨기고 상대의 말에 찬성하는 척하라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자전거처럼 대화도 두 가지 스텝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첫 번째 상대의 의견에 공감을 시도한다.
두 번째 내 생각을 말한다.
다행히도 의견이 같다면 바로 내 의견을 드러내고 공감대를 다진 뒤 대화를 이어나가기 쉽겠죠. 하지만 역시 항상 그럴 리는 없습니다.
의견이 다르고 그 다른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면 그럴수록 상대방의 관점 안에서의 대화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상대의 관점을 충분하게 다루어주면 그 후에 반대 의견을 듣더라도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했다거나 이해를 받지 못했다거나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고 더 솔직하고 성숙한 대화를 할 수 있겠죠.
혹은 그렇게 반대 의견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동안 몰랐던 것을 깨닫고 진정한 공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 섞기 싫은 사람이 되지는 말자
무언가를 가볍고 자유롭게 말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반대 의견부터 듣고 그 뒤에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 뒷부분은 대충 얼버무리고 집에나 가고 싶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 의견을 충분히 다뤄주고 반론을 듣는 것과 반론으로 시작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대화 도중 잦은 트러블이 생기거나 주변의 사람들이 점점 나를 떠나가는 것 같다면 스스로의 대화법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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