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악과 함께 10대를 보냈다면 좋든 싫든 그 음악은 마음 깊게 뿌리내려 평생을 함께 하게 돼곤한다. 최근 불치병 이슈로 음악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셀린 디온'의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의 건재한 모습은 남의 일 같지 않게 반가웠다.
셀린 디온은 나의 학창 시절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서 카세트를 듣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 세 디바(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중 한 명이다. 물론 셋 중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싱어는 셀린 디온이 아니라 '머라이어 캐리'였지만 앞서 말했듯이 순위를 떠나서 감수성 예민한 성장기를 함께 보낸 것만으로 그녀들은 늘 소중한 한편에 남아있다.
오늘은 내가 그녀들의 앨범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 하는 앨범들을 한 장씩 뽑아 볼까 한다.
휘트니 휴스턴 하면 자잘한 기교보다는 순수하고 강력한 정공법 창법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로 기억된다. 따라서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감정이 굉장히 솔직하고 직진성 있게 전달되는 게 그녀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사실 이건 휘트니 휴스턴의 독집 앨범이 아니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인 'Wating to Exhale'의 사운드트랙으로 그녀가 부른 곡은 3곡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사랑을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었는데 영화도 사운드트랙도 모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해외에선 성공적)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휘트니 휴스턴의 최전성기를 지내고 다져진 원숙한 노련미가 잘 드러나는 시기의 3곡과 함께 당대 최고의 여성 R&B 싱어들의 13곡을 한 장에 앨범으로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즐겨듣는 R&B 앨범 중 하나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여성 보컬들로 수 놓아진 그리고 16곡이라는 적지 않는 곡들이 전부 좋은 보기 드문 명반.
물론 그 중심에는 90년대 최고의 프로듀서인 '베이비 페이스'가 지휘가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당시 발매된 R&B 음반 중에 눈을 감고 아무거나 골라도 그가 프로듀스 한 앨범이 있을 정도로 왕성하고 영향력이 높은 프로듀서였다.
앨범의 첫 번째 곡인 'Exhale'이다. 사운드트랙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
셀린 디온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Let's Talk About Love이다.
'사랑에 대해 얘기해 보자'라니 뭔가 진부한 제목 같으면서도 스탠다드한 그녀의 노래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말 그대로 셀린 디온의 곡들은 새로움이나 파격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처음 듣는 곡도 다음 코드가 어떻게 갈지 연상이 되는 클리셰함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하는 익숙한 것들을 압도적으로 잘하면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이 된다.
'진부한 노래를 특별하게 각인시키는 것' 나는 이것이 셀린 디온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바브라 스트라이젠드와 듀엣 한 'Tell Him'이라는 곡이다. 듣고 나면 마치 두 여성의 아름다운 우정을 체험한 듯한 기분이 든다.
세 디바 중 가장 좋아하는 머라이어 캐리의 'DAYDREAM' 앨범이다.
보컬리스트라 하면 대개는 저음, 중음, 고음 중에 자신의 보이스 컬러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고유한 음역대가 있다.
그런데 머라이어 캐리는 어느 음역대를 부르던 매력적인 자신만의 특색이 묻어 나오는 보컬리스트라 할 수 있겠다. 남성 보다 더 저음으로 부를 수도 있고 어떤 여성보다도 높은 하이노트를 구사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들은 클라이맥스를 제외하고도 관전 포인트가 다수 포진해있어 도입부부터 몰입력이 상당한 특징이 있다.
거기에 엄청난 테크니션이기까지 하다. 보통은 테크닉에 치중하면 감정선은 약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감정 또한 절절하게 살려낸다.
사실 이 앨범 직전에 나온 'Music Box' 앨범이 좀 더 머라이어 캐리 다운 앨범이라 생각되며 Hero, Without You, Endless love 같은 명곡들이 배치하고 있지만 왠지 나는 이 앨범에 손이 더 많이 갔던 것 같다.
이 앨범의 수록곡 중 록 밴드 Journey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Open Arms'라는 곡이다. 보통은 리메이크를 하게 되면 원곡과 리메이크 중 어느 한쪽으로 취향이 기울기 마련인데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곡들이다.
다만 딱 이 시절의 머라이어 캐리까지만 좋아하고 그 이후의 앨범부터는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다. 차분하게 노래에만 전념하는 이미지에서 갑자기 섹시 컨셉으로 바뀌고 음악도 힙합의 색채가 많이 가미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아마 소니뮤직의 사장이자 남편이었던 토미 모톨라와의 결별 후 심경의 변화와 독립을 표현한 컨셉 변화였다고 보이는데 지금까지 이 컨셉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본인이 원했던 컨셉은 이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 앨범에 수록된 'My All' 은 당시 국내에서 엄청난 히트를 했다.
아마도 서글픈 감정의 호소가 담긴 이 곡이 국내 정서와 맞아떨어졌던 듯?
오래된 곡을 계속해서 듣게 되는 이유는 그 곡을 듣는 동안 현재의 나 위에 그 시절의 내가 빙의하는 듯한 오묘한 감정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