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가혹했던 폭염의 기억을 꼽으라면 단연 2018년도 한국의 폭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마치 탈출할 수 없는 습하고 뜨겁고 거대한 고래의 입속에 갇히기라도 한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올해 여름은 18년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후 6년간의 더위 중에선 최고라 할 수 있겠다. 여름이 되면 꼭 떠오르는 앨범이 한 장 있는데 이탈리아의 음악감독이자 기타리스트인 "파우스토 메소렐라"의 "live ad alcatraz" 앨범이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첫 번째로 나오는 곡이 바로 위에 있는 "Sonatina improvvisata d'inizio estate(초여름의 즉흥적인 소나티나)"인데 제목은 초여름이라곤 하지만 기타 연주곡을 듣고 있자면 마치 뜨겁게 달궈진 하얀 사막의 모래 위에 피어오른 아지랑이의 모습을 기타로 그려냈을 것이라는 나만의 감상에 빠지곤 한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앨범을 듣는 내내 아련한 잔향감의 기타 연주와 라이브 홀의 울림이 맞물려 서로 아지랑이처럼 흩날리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훌륭하게 녹음해냈다.
첫 번째 곡이 들뜬 여름날의 환상에 흠뻑 취하게 만든다면 두 번째로 이어서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테마 연주는 어느 여름밤의 노스탤지어를 파고들게 한다.
여름의 그늘 아래에서 이 앨범을 들으며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