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는 사전의 뜻처럼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이다. 이 인플루언서라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플루언서라고 하면 '인플루엔자'를 잘못 말한 게 아니냐는 둥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재는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투쟁으로 과열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지나치게 과열되면 그 열기에 본질은 일그러지고 끝내 까맣게 타서는 몹쓸 물질로 변모하게 된다.
블로그를 처음으로 시작하고 두어 달 남짓 되는 이 시점에 재밌는 것들을 관전하고 있다. 6개월 단위로 저서를 출간해 내는 슈퍼 작가라거나, 느닷없이 책을 냈더니 베스트셀러가 된 천재 작가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이들과 비교하자면 책하나 쓰는 데 12년이나 걸린 단테 같은 작가는 참으로 무색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플루언서 지망생들의 행보를 보면 한 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
바로 '속도'에 상당히 집착을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팔로워를 모아서 최대한 빠르게 어찌 되었든 책을 출간한다.
그럼 책을 출간하면 무엇이 좋으냐?
'작가 타이틀을 얻는다'
'네이버 인물에 등재가 된다'
다른 부수적인 장점도 있겠지만 이 두 가지가 가장 막강한 장점이 아닐까 싶다.
강력한 인플루언서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트이기 시작한다.
특히 네이버 인물에 등재되는 것이 효과가 상당히 막강한데 보통은 등재가 되려면 연예인이 되거나 특정 분야에서 이렇다 할 업적을 쌓아야 가능하지만 저서를 출간하면 성과야 어찌 되었든 작가로서 등재가 된다. 네이버 인물이 되는 방법 중 비교적 쉽고 단기간에 가능한 최적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전략적이고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되려는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라는 것에 있다.
글 첫머리에 쓴 것처럼 인플루언서는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다. 그들이야 영향을 끼치면 그만이지만 피영향력권에 노출된 사람들은 위험해 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무언가를 하다 보니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이 아니라, 영향력부터 끼친 뒤에 무엇을 하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순서가 뒤바뀔 정도로 그들을 다급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그저 우리로부터 얻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뿐인 게 아닐까?
항상 응원과 격려로 나를 고무시키는 그 글들이 과연 나를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지 그곳에는 뭐가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빠르고 성급하게 무언가에 도달하려는 누군가가 자신이 타인에게 선사할 영향력에 대해 숙고할 여유가 과연 있겠냐는 말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인플루언서인지 인플루엔자인지 보고 또 봐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