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맨하탄 러브스토리>를 애정한 코도리와의 인터뷰

by 아포드

안녕하세요~ 리포터 리네입니다. 예전부터 코도리 씨가 꼭 보라며 추천했던 일본 드라마 <맨하탄 러브 스토리>를 드디어 완결까지 다 봤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이 후기를 코도리 씨랑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아 이 자리에 모셔봤습니다. 그럼 이 드라마를 추천한 장본인과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까요?


리네:

안녕하세요? 코도리 씨. 저 결국 다 봤잖아요. 와 내용이 정말 골 때리네요. 제가 한국 드라마를 주로 봐서 그런지 제 정서로는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게다 2003년작으로 나온 지 무려 23년이나 되었네요. 격세지감을 느꼈달까요?


저는 처음에 추천받고 미국 맨하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본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웬걸 미국은 고사하고 일본에 있는 맨하탄이라는 이름의 찻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어요. 게다가 러브 스토리가 맞긴 한데.. 맛이 좀 이상하네요?


코도리:

저런 저런.. 맛이 이상하다니요. 저의 추천이 있었기에 세상에 둘도 없는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랍니다. 저는 십수 년 전에 이 드라마를 처음 알게 된 이후 주기적으로 반복 시청을 하고 있을 만큼 좋아하는 드라마죠. 내용의 디테일이 흐려지려고 할 때마다 다시 보고 있습니다. 회차가 끝나고 나오는 엔딩송도 넘기지 않고 꼬박꼬박 듣습니다.


리네:

대단하시네요? 코도리 씨의 취향 다시 한번 새기고 갑니다. 저는 등장인물들이 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일단 주인공인 카페 점장님은 마음속으로만 말하잖아요. 근데 주변 인물들은 또 그걸 얼추 알아듣고 말이죠. 만화적 허용이라고 해야 하려나.. 인물들 간의 연애 구도도 말도 안 되게 엉망이고요. 코도리 씨 시선에선 이 작품이 훌륭하다 이 말이죠? 어떤 점에서 그런지 한 번 들어나 볼까요?


코도리:

일단 사랑이라는 주제를 고리타분하지 않게 그리고 무겁지 않게 표현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각본가인 '쿠도 칸쿠로'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전설처럼 남아있는 작품일 겁니다. 물론 리네 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는지 일본 현지에서도 당시(2003) 시청률이 7.2% 정도로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만 시상식에서의 결과는 전혀 달랐죠.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조연상 등을 휩쓸면서 작품성을 철저히 인정받았습니다.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뮤지션이 느닷없이 상을 쓸어 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네요.


스크린샷 2026-02-09 003017.png
스크린샷 2026-02-09 003057.png
쿠도 칸쿠로

리네:

정말요? 상을 그렇게나 받은 작품인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각본가 쿠도 칸쿠로의 영향력이었군요?


코도리:

맞아요. 그리고 '쿠도칸'이라고 줄여서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지금 이후로는 편의상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쿠도칸은 그 존재 자체가 장르라고 무방할 정도로 특색이 있어요. 드라마를 보다가 이거 쿠도칸 작품 아니야? 하고 크레딧을 확인하면 역시나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는 아주 조밀하게 설계하면서도 내용은 무겁지 않도록 틈틈이 사소하고 쓸데없게 느껴지는 농담과 행동으로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으면서 감정 소모 없이 즐겁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특정 주인공을 위주로 이야기를 몰아가지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맨하탄 러브 스토리 또한 사실상 등장인물 전원이 주연이자 조연이에요.


스크린샷 2026-02-04 011729.png


리네:

아! 듣고 보니 그렇네요. 확실히 이야기는 점장이 있는 찻집 맨하탄 안에서 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거기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돌아가면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죠. 저도 사실 정서적으로는 낯설었지만 등장인물들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코도리:

그렇죠. 비중 배분이 아주 잘돼있어요. 카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니 만큼 커피로 예를 들자면 마치 각기 다른 맛을 가진 여러 가지 원두들이 조화를 이뤄서 고유한 맛을 가진 한 잔의 커피로 탄생하는 것과도 같죠.


리네:

그럼 저는 우연히 추천받은 카페에서 예기치 못한 맛의 블렌드 커피를 발견한 손님인가요? 갑자기 커피 이야기하니까 커피가 급 당기는데 좀 있다 끝나고 커피 한잔 쏘십니까?


코도리:

.... 글쎄요.


코도리 :

아무튼 등장인물들이 재밌는 드라마이니 인물들 이야기를 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점장부터 가볼까요? 모든 인물들이 특이하지만 그 인물들 조차 특이하게 생각하는 인물이 바로 점장이기도 한데요. 리네 씨가 말한 것처럼 기본적으로는 속으로만 대사를 합니다. 그런데 의사소통은 또 되죠. 이건 실제로 봐야만 뉘앙스가 이해되는 부분이라 궁금한 분들은 한 번 보시는 게 좋겠고요.


리네:

진짜 웃겼어요. 꽤 자연스러워서 말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을 정도로요.

스크린샷 2026-02-04 011906.png 점장

코도리:

게다가 일본 커피 그랑프리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정상급 바리스타죠. 커피에 대한 철학과 고집이 상당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여려 단골손님들의 사랑 고민을 목격하게 되면 열일 제쳐두고 달려갑니다. 정체를 숨긴 익명으로요. 물론 그 도움이 늘 점장의 바람처럼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요.(웃음)


그리고 속마음만으로 말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거잖아요? 저는 그 점이 이 캐릭터가 가진 숨은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크린샷 2026-02-04 002521.png


리네:

듣고 보니 그렇네요. 진실된 사람! 어쩐지 점장은 답답할 때도 많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더라니. 속마음이 거짓될 순 없는 것이니까요.


코도리:

카페 분위기도 상당히 느낌이 좋아요. 뭔가 차려진 세트장 같지가 않고 배경이나 소품에 세월과 손때가 느껴져요. 세상에 둘도 없는 장소일 것 같은 고유함과 친근함이 공존하고 있달까요. 보고 있으면 저까지 그곳에서 그들과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매력적인 배경 그리고 분위기입니다. 이건 단순히 그 장소가 외관으로써 멋져서가 아니고 추억에도 없는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습니다.


또 다른 일본 드라마인 '심야 식당'에서도 이런 유의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가게 풍경을 보면 정말 누군가가 생업으로 삼고 있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스크린샷 2026-02-04 012106.png

리네:

코도리 씨는 스토리나 연기력 이외에도 따지는 게 많으시군요? 저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그런 건 세세하게 안 들어오던데 말이죠. 제작진들이 상당히 피곤하게 느낄 관객이시군요. 그런데 저도 일부 공감하는 게 배경과 물건들이 너무 새것 같고 정리가 너무 잘돼있어서 이질감이 들 때는 있더군요.


코도리:

뭔지 아시네요. 배경과 소품들은 그것을 소유한 인물의 숨은 내면과 성향을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소홀하면 작품의 깊이감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벽에 액자 딱! 테이블에 화분 딱! 뒤에 책장 딱! 하는 느낌으로 정형화된 배경은 보는 맛을 상당히 떨어뜨린다고 생각합니다. '여긴 드라마 세트장이고 물건들은 모조리 소품이다!'라고 온 힘을 다해 외치고 있는 것 같잖아요.


리네:

저기 진정하시고 또 다른 캐릭터도 이야기도 좀 해볼까요? 저는 여자 택시 기사로 나오는 '아카바네'가 기억에 남아요. 일단 한국에서는 여자 택시 기사를 흔히 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캐릭터 설정 자체가 신선했는데 일본엔 여자 택시 기사가 흔한가요?

스크린샷 2026-02-04 003256.png 아카바네

코도리:

아뇨 일본에서도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 택시를 탄 손님들이 여자 기사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기도 하죠. 따라서 아카바네가 입고 있는 택시 유니폼을 보면 사이즈가 대충 맞는 남성용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그런데 그 헐렁한 남성용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괴팍하면서도 소녀적인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인데 소탈하고 솔직한 인물로 묘사돼서 그런지 가장 친근하게 느껴지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뤄지지 못한 불륜의 추억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리네:

헤에~ 귀여우셨군요. 혹시 이런 스타일이 취향이세요?


코도리 :

.... 제 취향은 궁금해하지 마시고요.


리네:

쳇... 뭘 그리 새침하십니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극 중 인물인 안무가 '벳시'가 생각나네요. 왜 코도리 씨도 살짝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잖아요?


코도리:

제가 뭘 또 여성스럽습니까? 게다가 저는 벳시만큼 텐션이 높지가 않지요. 듣고 있자니 저도 벳시처럼 마음을 춤으로 다 표현해 버리고 후련해질 수 있는 사람이면 차라리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스크린샷 2026-02-04 003654.png 벳시

리네:

아니면 말고요. 그런데 진짜 사랑 고백을 춤으로 하는 남자는 처음 봤다니까요? 아무리 직업 댄서라지만 정말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춤에서도 감정 표현이 좀 과해서 혼자 보는데도 오글거리고 창피했어요. 제 달달한 러브스토리 물어내시라고요!


코도리 :

아 그 마음 이해합니다. 하하! 춤이 진짜 유난스럽죠. 춤을 추지 않을 때도 기본적으로 오글거리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근데 또 시간이 지나면 벳시의 춤이 한 번씩 생각나서 찾아보게 될 때가 있어요.

스크린샷 2026-02-04 003146.png 춤추는 벳시

리네:

그 와중에 그걸 찾아보시는군요.. 그리고 성우인 '도이가키' 저는 이 캐릭터 정말 비호감이었어요. 결혼도 여러 번 한 데다 꿋꿋하게 바람을 계속 피우잖아요? 연상 연하 가리지도 않고 인기 있는 것도 이상하고 저는 그냥 능글맞고 징그러웠어요.

스크린샷 2026-02-04 003502.png 도이가키

코도리:

하하하! 너무 미워하시는군요. 도이가키의 경우에는 03년도의 40대가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기도 하죠. 지금 기준으로는 50대는 무조건 넘고 60대로도 추정해 볼 수 있는 외모입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늙어 보이니 더 징글맞게 느끼실 만도 해요.

스크린샷 2026-02-04 004830.png

그런데 또 성우라는 특징을 살려 목소리가 좋고 언변이 좋다는 설정이라 여자들의 호감을 쉽게 사는 캐릭터입니다. 왜 주변에도 보기엔 비호감인데 묘하게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 한 둘은 있잖아요? 도이가키는 그런 부류의 캐릭터입니다. 여자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적재적소에 꺼낼 줄 알죠.


리네:

도이가키와 관계에 놓인 인물 중에 각본가 '치쿠라' 센세가 있잖아요? 솔직히 두 사람 다 건전한 관계를 지향하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림이 제일 자연스럽게 나오는 커플이었던 것 같아요.

스크린샷 2026-02-07 004232.png 치쿠라 센세

코도리:

치쿠라를 보고 있으면 스타벅스를 자기 사무실처럼 드나들었다는 모 번역가가 떠오릅니다. 치쿠라도 찻집 맨하탄에 자기만의 고정석이 있죠. 꼭 그 자리에 앉아야만 좋은 각본을 쓸 수 있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스크린샷 2026-02-04 005311.png 집필 중인 치쿠라 센세

늘 그 자리에 앉아 노트북이 아닌 종이와 연필로 각본을 써 내려가는 모습이 지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런데 또 그 와중에 가로 쓰기가 아니고 세로 쓰기를 한단 말이죠. 개인적으론 그게 좀 폼 나 보였어요. 종이를 누르고 있는 도자기나 유리 재질의 문진도 그렇고요.

스크린샷 2026-02-04 005543.png

코도리:

등장인물들이 더 많지만 모두 거론하기엔 끝이 안 날 것 같고 많이 알려진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흥미를 갖는 분들도 별로 없을 것 같아 슬슬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스크린샷 2026-02-04 010521.png

리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마지막으로 어떤 분들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코도리:

영화든 드라마든 장르 불문하고 선과 악의 구도, 권선징악 등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사실 대다수잖아요? 꼭 범죄물이 아니라도 여러 장르에 알게 모르게 녹아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들은 쉽게 흥미 유발을 할 수는 있지만 보다 보면 감정에 피로가 쉽게 쌓이죠. 결국 관객은 인물들에 이입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복수심에 불타게 되니까요.


그러나 맨하탄 러브스토리에는 딱히 악역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선한 인물도 없죠. 그냥 실수하고 실패하고 운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적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취향만 맞는다면 언제 봐도 피로감 없이 키득거리며 유쾌하게 볼 수 있어요. 그런 가벼움과 독특함을 경험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단 지금 맛보려는 것은 '불량식품'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스크린샷 2026-02-04 004012.png


리네:

아하! 불량식품이라니 적적한 비유네요. 자 오늘도 이렇게 코도리 씨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 참! 집에 가는 길에 커피 쏘실 거죠?


코도리: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