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에 담지 않아도 선물인가요?

by 아포드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선물이라며 구운 소금을 손에 쥐여준다면 어떤 기분일까? 또는 올리고당이나 스팸을 쥐여줬다면? 아마도 선뜻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하기보다는 뜬금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게 선물이라고?' 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상자에 담는다면 만장일치로 선물이 된다. 그 상자에 담았다고 백설 구운 소금이 고가의 소금인 '플뢰르 드 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스팸이 꽃등심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들은 뜬금없는 물건에서 당당한 선물이 되었다.


여기까지 본다면 사물을 선물로 만든 포장 용기에 더 큰 가치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선물을 받은 이는 집에 가져와서 내용물은 얼른 챙기고 상자는 바로 분리수거장에 내다 버린다. 혹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버리고 가는 지략을 발휘한다. 빳빳하고 광택이 나는 상자들이 새것으로 태어나서 새것으로 버려진다.


보내는 사람은 그 마음을 내용물이 아닌 포장 용기에 담았다. 그리고 받는 사람은 마음이 담긴 포장 용기를 받자마자 내다 버린다. 처음부터 애먼 곳에 담긴 진심은 전해질 리가 없다.


그래서 명절 선물을 받고 나면 꼭 '줄 거면 좀 좋은 걸 주지'라는 볼멘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