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센티미터를 본 코도리와의 인터뷰

by 아포드

안녕하세요. 리네입니다. 오늘은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영화인 초속 5센티미터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마침 개봉날에 맞춰 코도리 씨가 이 영화를 봤다고 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평이 좋으면 저도 보러 갈까 생각 중이기도 해요!


리네:

초속 5센티미터. 벚꽃잎이 낙하하는 속도라죠? 요즘 로맨스를 자주 보시네요. 게다가 개봉일에 맞춰서 보고 오셨다니 혹시 그간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일까요?


코도리:

아 사실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조차 개봉 직전에서야 알게 되어서 기대를 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없었어요. 다만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별 거부감 없이 손이 갔던 것을 보면 아마도 원작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름다운 작화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news-p.v1.20260225.7cc6eb20c98d4b73ab57aa2649c28fc7_P1.jpg

리네:

저도 애니메이션에 나온 풍경이 기억나요. 그 왜 전형적인 일본 기찻길과 벚꽃이 떨어지는 모습들 있잖아요. 저는 작화는 정말 좋았는데 사실 내용은 좀 허무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무튼 그래서 원작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영화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시나요? 요즘은 촬영 기술도 그렇고 화질도 그렇고 오히려 원작을 뛰어넘었을 수 있다고 봐요.


코도리:

아뇨. 제가 보기에는 재현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재현보다는 재해석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해요.


리네:

으잉?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코도리:

저도 첫 장면부터 조금 당황했는데 혹시 영사기에 이상이 생겼나 잠시 생각했어요. 화면이 상당히 탁하고 시야각도 좁은 느낌이었거든요. 머지않아 제작자의 의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띠라서 리네 씨가 기대하는 그런 고화질로 벚꽃이 휘날리는 장면 같은 건 없었어요.(웃음)


리네:

네에? 아니 초속 5 센티하면 눈 호강은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초반부터 기분 상하려고 하네요.


코도리:

채도가 낮아서 전반적으로 우중충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거기에 그레인 효과까지 넣어서 화면이 자글자글하죠. 보실 거면 현대적인 의미의 눈 호강은 일단 단념하시고 임하시길 바랍니다.

news-p.v1.20260225.49e6ccfe93154a84946b8182ddb936b0_P1.jpg

리네:

그럼 코도리 씨는 영화를 보고 실망한 걸까요?


코도리: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리네:

오호 다른 관전 포인트라도 찾은 건가요?


코도리:

그게 사실상 애니메이션인 원작을 느낌을 꼭 실사로 표현해 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기법 자체가 다른 분야이기도 하고요. 앞서 깔끔하지 않은 화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어쩌면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방식으로 승부수를 둔 대표적인 부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은 대대적인 시각효과로 낱낱이 보여주는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영화는 몽롱하고 모호한 화면을 통해 세부 묘사를 생략해서 상상하고 추억하게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상상과 추억은 명료한 느낌보다는 꿈인지 생시인지 하는 느낌으로 모호하잖아요? 저는 이 모호함에 빠져있는 2시간가량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리네:

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거군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아서 과연 코도리 씨의 감상에 공감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화질이 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관람하도록 해볼게요. 그럼 화면은 그렇다 치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게 스토리나 연출이잖아요? 그런 건 어떠셨는지.


코도리:

글쎄요. 당초에 스토리에 감상 포인트를 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에서 만난 내향적이고 외진 성격인 타카키와 아카리가 이사라는 클리셰 한 이유로 헤어지게 되죠. 이후로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 실낱 같은 인연이 과연 이어질까 끊어질까 정도의 전개인데 여기서 그 전개가 흥미진진하다기보다는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그 상황을 각자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담담한 관찰에 초점이 있지 않나 싶어요.


리네:

오 그럼 평소에 스토리보다 연출을 더 좋아하는 코도리 씨에게 부합하는 영화이기도 하겠네요?


코도리:

그렇다고 볼 수 있겠어요. 다만 그만큼 흥미진진한 전개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번에 이야기를 나눈 <만약에 우리>도 스토리가 심심하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제가 보기엔 <초속 5센티미터>가 싱겁기로만 따지자면 훨씬 더 싱거운 내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다 원래 1시간짜리인 원작을 2시간으로 늘린 점도 그렇고요. 물론 길어진 만큼 자세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리네:

네에? 그렇게나 싱거워요? 어쩌죠. 저는 보다가 잠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나요?

스크린샷 2026-03-02 003009.png

코도리:

활달한 캐릭터들이 아니다 보니 그만큼 연기는 상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늘 서먹서먹하고 어딘가 어색한 타카키와 조용하면서 따스한 아카리. 뭔가 이렇다 할 액션을 크게 취하는 부분이 없어서 고만고만한 연기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마치 느리고 담담한 노래가 막상 불러보면 느낌을 내기 쉽지 않은 것처럼 연기도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용 특성상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 때문에 아역이 필요한데 타카키의 경우는 어느 정도 닮은 느낌의 배우들을 선별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카리의 경우는 인상이 좀 많이 달라서 이입이 좀 덜된 부분이 있었어요.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리네:

배우들 이야기하니까 생각났는데 닥터 고토의 진료소에 나오는 '요시오카 히데타카'가 조연으로 등장하더라고요? 닥터 코토를 재밌게 본 사람으로서 반가웠어요. 코도리 씨도 이 배우 아세요?

images.jpg
RBYvEo_5c.jpg

코도리:

아! 맞아요. 저도 감명 깊게 봤거든요. 닥터 고토의 진료소! 말씀하신 요시오카 히데타카가 새하얀 백발로 출연했는데 오히려 지금이 더 멋지다고 생각해요. 사실 닥터 고토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일본에선 저렇게 침울하고 개성 없는 얼굴로도 배우를 할 수가 있구나'였거든요.


내가 감독이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캐스팅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저의 짧은 견해에서 비롯된 생각이었죠. 전형적인 배우의 마스크가 아니라도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고 관객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이 더 멋진 일이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그분 특유의 편안한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리네:

하하! 침울하고 개성 없다니! 너무 하신 거 아닌가요? 근데 확실히 에겐남스럽다는 느낌은 저도 하고 있었어요. 다른 작품은 많이 못 봤지만 적어도 고토 선생님 역에서는요. 그 밖에 또 인상적인 부분은요?


코도리:

인상적이랄까.. 일본 작품들을 보면 종종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한 아이들이 나오는데 역시 이 작품도 그렇죠. 또래에 비해 사고가 훨씬 깊어요. 나이는 초등학생인데 생각은 거의 어른과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초교시절의 사랑을 30살까지 간직하려면 그 정도의 속 깊음은 있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비현실적으로 작용해서 몰입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16년째가 되는 날에 만나기로 했던 장소와 시간을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잊지 않고 떠올릴 수 있으려면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을 내내 안고 살아왔다는 것인데 그 정도면 중간에 만남을 시도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역시 논리적으로 분해하려면 안 되는 작품 같습니다. 그냥 느끼시죠.(웃음)


아 그리고 또 화면 이야기인데 종종 극 중에 하늘에 있는 해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 특유의 화면 질감 때문에 쨍한 해가 아니고 마치 반투명한 갓을 씌운 스탠드 조명처럼 뿌연 느낌으로 표현되는데 그게 기분이 묘했어요. 희미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랄까. 이런 톤을 채택하지 않았다면 느껴볼 수 없는 부분이었겠죠.

스크린샷 2026-03-02 001759.png

리네:

그럼 만약에 코도리 씨가 초등학생 때 그런 약속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16년 후에 그 장소에 갔을까요?


코도리: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6년간 열렬히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과연 상대가 나왔는지가 궁금하잖아요? 저는 마트 가서 당장 사지 않을 물건도 할인 중인지 알아보는 시시한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요. 그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말미를 남기지 않았다는 부분에서요.


리네:

만약에 나왔다면요?


코도리: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경험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