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FF KOONS 제프 쿤스
Jeff Koons
Pink Panther
1988
104.1 x 52 x 48.2 cm
1980년대에 뉴욕의 소호 Soho 와 이스트 빌리지 갤러리 등에서 현대 미술 작품들을 많이 구입했던 워너 댄 하이서 Werner Dannheisser(1909–1992) & 일레인 댄 하이서 Elaine Dannheisser(1923 - 2001) 부부의 기증으로 모마 2층에 전시되어 있다.
Jeff Koons,
‘키치 kitsch(싸구려 취향)’ 와 ‘섹스 Sex’라는 아이콘의 작품들로 대표되는 현대미술의 제왕, 제프 쿤스 Jeff Koons( 1955-, 미국)이다. 현대미술에서 그처럼 핫한 화가, 아직까지도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화가가 또 있을까? 2019년 5월 15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작품 ‘토끼 Rabbit’가 $91,075,000 (약 1,050억 원)으로 낙찰되어, 살아 있는 화가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의 아티스트로 더욱더 알려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트리니티 가든에, 경매 가격이 약 300억 원이라는 제프 쿤스의 작품 ‘세이크리드 하트(Sacred Heart, 성심 or 예수님 마음)’가 전시되면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Made Made in Heaven series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
이탈리아의 유명한 포르노 배우이자 모델(이탈리아 국회의원까지 했으며, 제프 쿤스와는 1987년 결혼하였다가 5년 후 이혼)인 일로나 스텔러 Ilona Staller(닉네임 시키올리나 Cicciolina) 와의 섹스 모습을 작품화 한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 Made Made in Heaven series’가 1989년 발표되자, 온갖 비난과 악평을 많이 받기도 하고 이게 예술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논란의 한가운데 중심에 선다. ‘예술을 가장한 포르노일 뿐이다’, ‘가장 퇴폐적인 아티스트, 제프 쿤스’ 등의 온갖 혹평을 받는다.
이러한 비난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모더니즘은 그동안 성행위가 없는 사랑을 보여줬지만, 나는 성행위가 있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다. ‘판단은 여러분에게 블라 블라…’ 이 시리즈로 인해, 그의 작품을 찾는 이도 현저히 줄어든 힘든 시기를 겪지만, 그의 이름을 세상에 가장 많이 알리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자신의 이름과 가치를 최고로 올리는 마케팅력은 많은 예술가 중에 최고가 아닐까 싶다.
키치 Kitsch,
이 단어를 빼고 제프 쿤스를 얘기하기는 어렵다. 제프 쿤스 작품의 대부분에 흐르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키치의 사전적 의미는 '1. 저속한 2. 천박하게 장식한 3. 저속한 작품' 등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제프 쿤스의 키치는 조금 다르다. 제프 쿤스의 키치는, 단지 우리가 ‘저급하다’라고 생각하는, ‘소재’에서 만의 키치이다. 이러한 ‘저급’한 소재를 저급하게만 머물게 놔두지 않고, 한 단계 고급스럽게 또는 예술적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 제프 쿤스의 ‘키치 Kitsch’이다. 싸구려 문화인 키치이지만 더 고급스러워 보이게 만드는 게 제프 쿤스의 키치인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제프 쿤스가 제일 많이 쓰는 효과적인 도구 중의 하나가 광택 Shine 이다. 샤이니 Shiny 해 보이는 효과를 통해 세련미와 컬러풀한 요소를 극대화하여, 한 마디로 있어 보이게 만드는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 낸다. 도자기 Porcelain, 스테인리스 Stainless, 유리 Glass 등의 재료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는 이유이다.
Ballon Dog,
제프 쿤스 작품 중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벌룬 독 Balloon Dog 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많이 볼 수 있는 풍선으로 만들어진 개 모양의 작품이다. 흔한, 그저 그런 작품으로 보일 수 있는데 이 풍선 인형에서 볼 수 있는 고무의 광택을 유광 페인트의 스테인리스로 극대화시켜 표현하다. 터지기 쉬운 고무풍선을 반대 속성인 깨지기 쉽지 않은 단단한 스테인리스로 표현하다니, 아이러니함이 재미있다. 유광 표면 컬러의 샤이니한 표면에 나의 모습이 같이 비춰지도록 해 우리가 작품 안에 같이 들어가 있는 듯한 설렘을 선물한다. 크기 또한, 3m 이상의 거대한 크기로 나보다 더 큰 벌룬 독으로 만들어 버린다. (307.3 × 363.2 × 114.3 cm) 직접 작품 앞에 서면 나보다 더 큰 크기에 놀라고, 또한 대단히 샤이니해서 나의 모습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습이 같이 비쳐서 보이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김에 따라 비쳐지는 모습 또한 다양하게 변하면서 우리를 흥분되게 만든다. 새파란, 샛노란, 새빨간 등 원색이 주는 강렬함 때문에 주위의 어떤 작품 보다도 우리의 시선과 발길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그의 강렬한 표현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시리즈로 개뿐만 아니라, 튤립 Tulips, 달걀 Egg, 백조 Swan 등 다양하게 확장해 가면서 작품으로 발표한다.
Banality series 진부함 시리즈(1988),
버넬리티 Banality, 진부함이란 뭘까? 제프 쿤스가 말하는 진부함이란, 키치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진부함 이상을 표현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소재들, 주제들이라 언뜻 들으면 ‘또 그거?’ 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프 쿤스만의 생각으로 다시 표현해 낸다. 궁금해진다. 그는 어떻게 ‘진부해 보이는 꺼리’ 들을 다시 해석해 낼까? 여기에서도 밑바닥에는 키치라고 하는 요소는 늘 깔려 있다. 이 시리즈의 대표적인 작품이 ‘Michael Jackson and Bubbles 마이클 잭슨과 버블스’이다.
아~ 마이클 잭슨, 우리의 마이클 잭슨,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다. 마이클 잭슨이 진부하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익숙하다’라는 정도로 이해해 두자. 마이클 잭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버블스는 마이클 잭슨이 한쪽 손에 끼고 있는 저 원숭이? 알고 보니 침팬지 란다. 그 침팬지의 이름이 버블스 Bubbles이다. 그의 친구이자 가족처럼 여겼던 펫 Pet 이었다고 한다.
원래 사진과 비교해 보니, 확실히 제프 쿤스의 표현력은 대단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 때 무대 위 화려함을 보는 듯하다. 도자기 소재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광택을 통해 골드의 화려함을 최대한 끌어올린 듯하다. 옛날 성상화에서 예수님, 성모 마리아의 배경색으로 많이 보여줬던 그 골드의 느낌도 있고, 또한 황제들의 색으로 많이 표현되었던 골드의 느낌으로 ‘팝의 황제’라는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도자기 소재 또한, 화려하지만 깨지기 쉬운, 화려하지만 상처 받기 쉬운 팝스타 잭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운 감정도 생긴다. 의상은 군악대의 의상에서 모티브를 딴 마이클 잭슨의 대표 무대 의상으로, 무대에서 막 내려온, 아니면 곧 무대 위로 올라갈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모습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인간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너무나 멋진 포즈이다. 또 하나, 제프 쿤스 작품을 보고 있으면서 깜짝 놀라는 부분은 잭슨의 얼굴 메이크업과 침팬지의 얼굴 메이크업이 동일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하얀 피부, 빨간 입술, 황금색 눈썹 등 모두 똑같다. 마이클 잭슨 메이크업의 포인트를 그대로 살려 침팬지 버블의 얼굴에 표현하였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의상 또한 하나이다. 팬지 버블스가 아닌 침팬지 마이클 잭슨이다. 제프 쿤스, 그냥 단순히 베끼기만 하는 예술가는 아니구나.
Michael was there as a contemporary Christ.
If you look at the sculpture, it actually is like the Pietà.
It has the same configuration, the triangular aspect, so it’s making reference to that.
He is there like a contemporary Christ figure to assure people that it’s okay.
마이클 잭슨은 이 시대의 예수님입니다.
내 작품을 보면, 사실 피에타 Pietà 와 같습니다.
같은 구성, 삼각형 구도 등을 참조하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확신시켜 주는 이 시대의 예수님과 같습니다.
- Jeff Koons, 2012 -
Pink Panther 핑크 판더,
이 진부함 시리즈 중의 또 다른 하나가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작품, 핑크 팬더이다. 다시 궁금해진다. 뭐가 진부한 걸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핑크 팬더이다. 작품명도 핑크 팬더라고 하니 저 팬더가 잘 알려져 있다는 걸까?
1963년에 처음 나온 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름이 핑크 팬더라고 한다. 지금까지 영화, 텔레비전 시리즈, 책, 코믹스,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하게 나오면서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익숙한 캐릭터인 핑크 팬더이다. 또한 제프 쿤스 작품 속의 여인은 195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B급 저예산 영화의 섹시 배우 제인 맨즈필드 Jayne Mansfield(1933-1967)이다.
벗은 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있는 포즈, 청록색 드레스 뒤에 살짝 보이는 엉덩이 등의 요소들이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전형적인 섹슈얼리즘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제프 쿤스는 ‘진부하다’라고 표현한다. 핑크 팬더가 그녀의 가슴에 안기고, 손과 꼬리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 핑크 팬더가 수컷일 거라고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제프 쿤스는 핑크 팬더를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묘사했다고 직접 밝힌다. 그 말이 더 자극적이다. 상체를 벗고 있는 B급 여배우, 핑크색 팬더, 핑크 팬더와 맞춘 핑크색 머리핀, 전형적인 금발 미녀의 모습, 살짝 벌린 입술, 빨간 입술과 빨간 손톱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전형적인 섹슈얼리즘 문화를 이 핑크 팬더 작품으로, ‘진부함’이란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다.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가 연상되는 건 우연의 일치는 아닌 듯하다.
Gazing Ball 응시하는 볼,
2013년부터 제프 쿤스는 파란 볼을 가지고 놀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명화 또는 조각 작품에 파란 볼을 놓는 식이다. 무슨 의미일까? 파란 볼에 비친 우리의 모습, 주위의 모습이 사뭇 작품 안에서 우리가 함께 한 듯하다. 한 순간에 클래식한 옛날의 유명한 작품과 지금 현재의 우리가 하나가 된다. 볼을 놓는 위치 또한 절묘하다. 그 작품의 가장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곳에 볼을 놓음으로써 새로운 재미있는 해석을 만들어 낸다. 어려운 말로 포장하는 듯 하지만, 그냥 재미있게 즐기자, 우리. 이게 바로 현대미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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