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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아 7시간전

(시) 경기 북부 / 서효인

경기 북부 / 서효인 


고향 친구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북한이 보이는 줄로 안다. 아파트에서 보이는 건 또 다른 아파트뿐이다. 아파트 앞에 아파트 앞에 아파트에서 아파트를 생각하며 잔다. 아파트 뒤에 아파트 뒤에 아파트에서 아파트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룬다. 내가 아는 노인은 종일 텔레비전을 보며 북한 생각을 한다. 내가 하는 생각을 텔레비전뿐이다. 드라마 다음에는 예능 다음에는 뉴스 생각을 한다. 드라마 전에 예능 전에 뉴스에서 나는 아무 생각도 없다. 북한을 비스듬히 등지고 아파트는 줄을 섰다. 나는 빨갱이도 아니요, 청년도 아니다. 나는 입주민이다. 고향 친구도 입주민이요, 아는 노인도 입주민이다. 골프연습장의 조도와 소음은 매일 우리를 도발한다. 총 쏘는 소리 들리지만 누구도 귀를 막진 않았다. 골프장 민원은 해결되지 않았다. 도시는 슬픔에 빠졌다. 개그프로그램을 본다. 도시는 웃지 않는다. 도시는 눈부시고, 내일은 월요일이다.




경기 북부에 살고 있지 않음에도 이 글에 공감을 하는 건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보이는 건 또 다른 아파트'이며, '아파트를 생각하면 잠 못 이'루고, '민원은 해결되지 않'고, 슬픔에 빠진 도시는 웃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내일은 월요일'이다. 이 시를 읽고 쓴웃음 짓지 않을 수 있을까. 주거지, 주거 형태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아파트'라는 견고한 둥지는 '골프연습장의 조도와 소음'에 무방비 상태지만, 그래도 '아파트'니까 참을 수 있을 것이다. 아, 어쩌면 참기 힘들어서 시를 쓴 것일 수도 있겠다. 거기 '입주민'은 연대가 안 되는 건가. 이런 건 모든 '입주민'이 힘을 똘똘 뭉쳐야 해결이 될 텐데. 저기 '입주민'이 아닌 내가 이러쿵저러쿵할 말은 아니다만. 잔잔한 일상에 '총 쏘는 소리'는 이제 익숙해져서일까. 왜 아무도 '귀를 막진 않'는 것일까. '귀를 막'아도 소리는 들리기 때문에 지쳐 포기한 게 아닐까. '눈부'신 '도시'는 요구하는 것이 많아서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가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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