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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아 Dec 04. 2023

내 안의 외로움 인정하기


오랜만이다. 하얀 화면에 커서가 깜빡거린다. 나의 글쓰기는 한창 불이 붙어 화르륵 써재끼다가  잠잠해졌다가 다시 불이 붙는 패턴이 반복된다. 작가라고 불리기를 원한다면 꾸준히 써야 하거늘 근면 성실과 거리가 먼 나는 한동안 글쓰기에 소홀했었다. 그랬던 내가 요 며칠 브런치스토리에 글 쓰는 걸로도 성이 차지 않아서 다른 글쓰기 플랫폼에도 줄줄이 소시지 마냥 내 글을 대롱대롱 매달아 두었다. 나는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독자에게 내 속을 뒤집어 보이고 구구절절 써 내려간 이유는 내 글 좀 봐달라 관심을 달라는 외침이었다. 스스로 인간관계를 단절시킬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기도 한데, 사실 나도 이런 내 마음을 인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 최근 들어 빵과 케이크에 집착하고, 집에서는 반드시 음악을 배경으로 틀어놓고, 하루종일 글을 읽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나 외롭구나. 그동안 몰라줬네. 우울에 잠식당했던 시절에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조차 삭제당했더랬다. 우울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하자 외로움이 내 안에 와 조용히 자리를 잡은 듯하다. 언젠가 올 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나는 외로움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잠깐 휘청거렸다가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 과거의 나라면 목놓아 울다가 부정하다가 결국에는 내쫓기 위해 별 짓을 다했겠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걸 안다. '아 손님이 오셨군요. 머물다 가세요. 나는 나대로 지내겠습니다. 다행인 건 당신이 두렵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내 글은 외로움과 같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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