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 누구나 참여하는 과학의 새로운 길!
01. 시민과학이란?
과학기술학에서 말하는 '대중의 과학참여'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시민과학'입니다. 시민과학은 일반 시민들이 과학적 연구 및 데이터 수집에 참여하여 기여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하여 과학적 조사, 데이터 수집, 분석 및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인 것이죠. 이러한 참여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며, 일반적으로 자원봉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시민과학은 과학 커뮤니티와 대중 간의 협력을 통해 과학적 지식을 확장하고, 문제 해결에 대한 공동의 노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민과학의 개념은 20세기 초반에 발생하였으며, 특히 환경 과학, 생물 다양성 조사 등에서 그 기반이 다져졌습니다. 시민과학은 전문성을 갖는 시민 개념을 통해 민주주의적 모델을 지향하는 등 상당히 정치적인 성격을 갖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민과학 모델은 지식 생산의 단계에서부터 시민의 참여를 개방함으로써 기존 권위주의적 모델과 달리 시민의 지식 생산이 가능한 전문성을 인정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2017년의 미세먼지 측정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2017년 4월 서울 시민 130여 명이 해당 권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여 수치를 측정하고 분석한 프로젝트입니다. 미세먼지 측정 프로젝트는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환경 단체가 주최하였으며, 미세먼지 대응 정책 마련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즉, 과학자의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에서 시민들의 주도로 데이터가 수집되었다는 것입니다. 전편에서 언급되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온라인 모임 역시 유럽식 시민과학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차일드 세이브'의 경우 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과 관련하여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온라인 모임으로, 매우 자생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주변의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여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한편, 과학자와 시민이 함께 진행하는 시민과학 모델도 있습니다. 시민이 데이터를 과학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 이를 바탕으로 과학자는 자신의 과학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 향상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민과학 모델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며, 과학 교육의 성격을 갖기도 합니다. 이때의 과학자는 공공의 영역에 개입하고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인 Opal 프로젝트에서는 시민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 프로그램이 수행되었고, 과학자들의 시민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생물다양성 조사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루어지는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성과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민과학은 지역사회 기반 연구 등과 혼동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들을 칼같이 구분하는 데 명확한 실익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둘을 비교해 살펴봄으로써 시민과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민과학과 지역사회 기반 연구는 시민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협력 연구의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기반 연구를 포함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기본적으로 학습자의 학습에 핵심 목표를 두는 데 반해, 시민과학은 협력 연구를 통해 과학연구의 목표와 교육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지금까지 시민과학은 시민들이 자료 수집에 참여하고, 나머지 연구 과정은 과학자 및 전문가가 주도하는 형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가 자료 수집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보다 포괄적인 방식의 시민과학 모델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새를 관찰하여 생태계 연구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해 봅시다. 시민과학적 시도를 통해 새를 관찰하는 데서 나아가 새의 개체수, 서식처, 이동 등을 연구하는 자료의 수집 과정에 참여하거나,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지역의 생태관리를 위한 해석 및 적용까지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생태학 연구에 기여하고 관련된 과학 지식을 전달받는 데서 나아가 사회적 적용 능력 함양을 통한 생태계 보전에 있어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02. 시민과학의 사례: COVID-19 관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처럼 시민과학은 기존의 일방향적 과학기술을 '참여의 과학'으로 전환하고자 시도합니다. 이는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대중이 자발적으로 과학적 데이터 수집 및 연구에 참여하는 현상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민과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을 통해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COVID-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시민과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다양한 시민과학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으며, 이들은 팬데믹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응 전략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Eureka Research Platform을 통해 진행된 COVID-19 Citizen Science 연구 프로젝트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2020년 3월 시작된 전 세계적인 종단 연구로, 조사 대상이자 데이터 생산자인 시민들이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동일한 질문에 되풀이하여 답변함으로써 각각이 속하는 집단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COVID-19에 대한 공중 보건 대응을 도울 수 있는 지식을 생성하기 위해 시작된 이 연구에는 현재까지 5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등록했으며, 이는 시민과학을 토대로 한 디지털 임상 연구 방법의 중요한 발전을 보여줍니다.
카탈로니아에서 진행된 '발코니의 소리 프로젝트' 역시 흥미롭습니다. 이는 보건이나 건강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연구에 시민과학이 활용된 사례입니다. 발코니의 소리 프로젝트는 COVID-19 팬데믹 봉쇄가 소음 인식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시민들은 자신의 발코니에서 들리는 소리를 기록하고 보고함으로써 봉쇄 기간 동안의 음향 환경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한편, 연구를 넘어 사회적 환경 변화와 적용에도 시민과학이 활용되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네덜란드에서는 저소득 지역에서의 시민과학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 방식을 촉진하기 위해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약 12000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건강 증진을 위한 환경 개선에 기여하였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진행된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시민과학 프로젝트들은 COVID-19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중 보건 대응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나아가, 이들은 완전히 디지털화된 연구 참여, 종단 연구에 적합한 전자 평가 시스템, 스마트폰 기반 측정과의 통합, 참여자 제안 질문과 참여자 피드백 등 시민과학과 결합될 수 있는 디지털 임상 연구 방법의 중요한 발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시민과학은 앞으로도 임상 연구에 있어서의 혁신적인 방법으로 계속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03. 시민과학의 의의: 한계를 넘어서
21세기의 과학기술 거버넌스는 대중과 시민이 주요한 주체로 개입함으로써 4중, 5중 나선구조의 과학기술을 형성하는 것으로 제시됩니다. 과학기술자들이 대중들에게 잘 설명해 전달하는 일종의 유통단계에서 대중을 소비자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이 만들어지는 생산단계에서부터 대중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완성된 과학’, ‘맞는 과학’, ‘정답을 주는 과학’을 대중 및 사회에 제공한다는 관점을 넘어, 과학기술은 불확실하며, 여러 주체와 행위자들이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임을 분명히 하여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때 필요한 새로운 거버넌스 문화는 대중들을 형식적 절차에 참여시키거나 단순히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측면에서 발언권을 주는 것을 넘어서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행위주체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을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시민참여 자체가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불확실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자 한다면, 시민참여의 성격과 시민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실마리는 시민참여의 범위를 의사결정의 '과정'으로 국한시키지 말고 '내용'으로 심화‧확대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시민참여의 수준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전문성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며, 시민의 역할도 수동적인 지식의 소비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지식의 생산자로 거듭남을 뜻합니다.
이러한 규범적 역할은 시민과 전문가가 연결되는 구체적 시민과학, 대중과 양방향적으로 소통하고 정치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과학’에서 과학기술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일 것입니다. 물론, 시민과학은 모두 공통적으로 시민 참여를 전제로 함에 따라 문제와 한계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되었던 Opal 프로젝트 등을 포함한 시민과학 프로젝트에서는 데이터 신뢰도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참여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제시되었지만, 이때는 어느 정도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의 문제가 발생 가능합니다. 또한, 과제를 아주 단순화하고 기초적인 수준의 데이터 수집 이상을 시민과학에 부여하게 되면 오히려 과학자들의 업무 부담 증가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데이터 소유권과 과학출판물에 대한 저자권 문제, 공동체적 가치에서 소외된 계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윤리적 문제 역시 파생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과학은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대중과 과학의 네트워크의 구도를 새롭게 정립할 가능성을 갖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시민과학은 과학적 지식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과 소통을 증진시킵니다. 또한, 시민과학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전문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될 경우 사회적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회와 대중과 과학 사이의 네트워크 자체를 양방향적인 것으로 형성함으로써 과학의 다중 나선 구조 형성 역시 더욱 견고하게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