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발전 방식을 택해야 하는가?!
01. 자원과 에너지
어렸을 때, 에어컨을 너무 낮은 온도로 틀어놓거나 방에 불을 안 끄고 나오면 들었을 이야기가 있습니다.
"얘, 전기 좀 아껴.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아마 이 말은 돈과 관련된 말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라서 석탄과 석유를 다른 나라에서 사 와야 하는 것 모르니? 그게 다 돈인데 전기 좀 아껴 써'라는 속뜻이 있는 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중동의 나라들이나 미국과 같이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전기, 즉 에너지를 펑펑 써도 괜찮은 걸까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로, 자원은 고갈되기 때문입니다.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가 만들어지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현재의 인류가 사용하는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결국 바닥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두 번째로, 화석연료를 통한 화력 발전이 갖고 있는 문제점 때문입니다. 화석 발전은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등 여러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등의 다양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석탄 연료를 연소할 때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포함한 다량의 유해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이는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이러한 발전소 유해 배출물 배출에 여러 규제와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02. 화력 발전과 환경기술: 탈질 및 탈황 공정
대기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두 가지 주요 공정인 탈질 공정과 탈황 공정은 이러한 규제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우선, 탈질 공정은 질소 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공정입니다. 질소 산화물은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고온에서 반응하여 형성되는 유해 물질로, 스모그와 산성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탈질 공정에는 선택적 촉매 및 비촉매 환원법이 적용됩니다. 선택적 촉매 환원법은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CR이라고 불리는데, 암모니아를 환원제로 사용하여 질소 산화물을 촉매 하에서 질소와 물로 환원시키는 방법입니다. SCR 시스템은 촉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높은 반응 효율을 가지며,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 영역인 약 300~400℃ 사이에서 배출 가스 내 질소산화물 농도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장점을 갖습니다. 한편, Selective Non-Catalytic Reduction, SNCR이라 불리는 선택적 비촉매 환원법은 암모니아 또는 요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환원시킵니다. SNCR은 SCR 시스템에 비해 높은 온도인 약 850~1100℃에서 반응하지만, 촉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간단한 시스템 구조를 가집니다.
다음으로, 탈황 공정은 황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활용하는 공정입니다.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은 주로 황 이산화물(SO₂)로, 이는 산성비와 호흡기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탈황 공정에는 다음 세 가지 기술이 포함됩니다. 첫 번째는 습식 석회석-석고법입니다. 이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탈황 방법으로, 석회석(CaCO₃) 슬러리(미세한 고체 입자가 액체에 분산되어 있는 혼합물)를 사용하여 배출 가스 내의 SO₂를 흡수하여 황산칼슘(CaSO₄·2H₂O), 즉 석고를 생성합니다. 두 번째는 건식 탈황법으로, 소석회(Ca(OH)₂) 또는 다른 흡수제를 활용하여 배출 가스 내의 SO₂를 고체 상태의 황산칼슘(CaSO₄)으로 변환합니다. 건식 탈황법은 습식 석회석-석고법에 비해 물 사용량이 적고, 폐수 처리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건식 탈황법은 다양한 흡수제를 슬러리 형태로 주입하여 가스와 접촉시켜 SO₂를 흡수하면, 흡수된 SO₂가 고체 상태로 분리되는 방식입니다. 반건식 방식은 건식과 습식 방법의 장점을 결합하여,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높은 황산화물 제거 효율을 가집니다.
또한, 최근에는 전통적인 화학적 처리 방식과 달리 물리적 방법을 통해 유해물질을 제거하며, 탈황공정과 탈질공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통합공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주로 전자빔 연도 가스 처리(EBFGT), 펄스 코로나 방식 등으로 구성됩니다. 전자빔 연도 가스 처리는 고에너지 전자빔을 사용하여 배출 가스에 포함된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로서, 질소 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동시에 제거하는 데 특히 효과적입니다. 전자빔 발생 장치를 통해 가스 유체에 고에너지 전자빔을 쏘면, 전자빔은 가스 내의 분자들과 충돌하면서 전자의 에너지가 가스 내 분자들을 이온화시키도록 변환되고 라디칼이 생성됩니다. 이때 라디칼은 OH, O, HO₂ 등 비공유 홀전자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원자나 분자를 말합니다. 이러한 라디칼은 반응성이 매우 높아서 질소산화물 및 황산화물과 반응하여 이들을 질소, 물 등 무해한 물질로 변환시킵니다. EBFGT 방식은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으며, 화학적 약품 사용 과정을 거치지 않아 추가적인 폐기물 및 잔류물과 같은 2차 오염물질을 생성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반응이 빠르고 효율적이라서 깨끗하고 효율적인 정화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펄스 코로나 방전 방식은 고전압 펄스를 이용해 배출 가스 내의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입니다. 고전압 펄스를 생성하여 가스 유체에 방전하면 방전 과정에서 강한 전기장이 형성되어 공기 중의 분자들을 이온화시키고, 라디칼들을 생성합니다. EBFGT 방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반응성 높은 라디칼들은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과 반응하여 이들을 무해한 물질로 변환시킵니다. 펄스 코로나 방전 방식 역시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아 폐기물 및 잔류물 생성 문제에서 자유롭고, 나아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구조와 운전 방식으로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통합공정들은 화력 발전 연료 연소 시 나오는 수많은 오염물질에 대한 후처리 기술 중 가장 유망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방식보다 초기 설치 비용이 높고, 각각의 방식에서 사용하는 고에너지 전자빔 발생 장치나 고전압 장치 등의 유지 보수 및 안전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점 등이 현재로선 단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03. 온실가스 문제와 새로운 발전 방식: 원자력 발전
이와 같은 다양한 기술들을 통해 화력 발전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력 발전의 경우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중요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사회적으로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바로 온실가스 배출의 문제입니다. 화력 발전은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메탄 등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8년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현황 보고서’에서 석탄화력발전에 의해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지구 지표 온도 상승의 30% 이상의 책임이 있으며, 석탄이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단일 요소임을 확인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리 알아보았듯이, 이러한 온실가스는 인위적인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화력발전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온실 가스 배출에 대한 문제의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화력 발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등장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화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발전 방식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점차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대체 발전 방식의 선두에 있는 것 중 하나가 원자력 에너지입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원자핵의 변화를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의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원자핵은 핵분열과 핵융합이라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우선, 핵융합은 두 개 이상의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하여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매우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지만 반응이 일어나는 조건을 구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핵융합 반응은 현재 원자력 에너지 발전소에서 활용되고 있지 않으며, 대신 태양 등 우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편, 핵분열은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에 의해 쪼개지면서 두 개 이상의 작은 원자핵으로 분열되는 과정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소는 연료 물질의 핵분열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에는 연료봉이 있는데, 여기에는 우라늄-235나 플루토늄-239와 같은 핵연료가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매우 무거운 원자핵을 가지고 있는데, 핵연료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불안정한 상태가 됩니다. 소위 '방사성 물질'이라고 하는 이러한 물질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으로 핵분열을 하며, 중성자들과 함께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방출된 중성자들은 다른 핵연료 원자핵과 충돌하여 연쇄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연쇄반응은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결과적으로 열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발생한 열은 원자력 발전소의 열교환기를 통해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킵니다. 이렇게 생성된 고온, 고압의 증기는 발전기에 연결된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핵연료의 핵분열로 방출되는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현재 가장 확실히 자리를 잡은 대체 발전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발전전력량 비중 기준으로 석탄 화력 에너지 다음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자리했습니다. 이는 우선 원자력 에너지가 다른 대체 에너지원들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안정적인 출력을 보장함으로써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에너지로서 적은 탄소 배출량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4년 기준 미국의 원자력 발전은 연간 약 8억 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4억 7천만 톤의 탄소 배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원자력 에너지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원자력 에너지의 장점이 주목을 받게 됨에 따라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 역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원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2023 미국에서 Pew Research Center가 진행한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57%가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2020년의 43%에서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또한 같은 해 진행한 Bisconti Research의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75%가 원자력 에너지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약 70%가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에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우선, 원자력 발전소는 방사성 폐기물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처리방식은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핵 폐기물은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며, 이는 환경적 및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전은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19년으로 매우 길기 때문에 신속한 온실가스 저감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원자력 발전은 앞서 살펴보았던 과학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 저감에 대한 원자력 에너지의 역할이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례로,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진태영, 김진수 교수가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 1990~2014년 원자력 발전을 해온 30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원자력은 탄소 저감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대경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선임에너지 전문가의 경우 2020년 기고문을 통해 원전은 저탄소 기술이지만 기후변화 대응 기술 및 녹색 기술이 아니며, 원전이 기술혁신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기술 및 녹색 기술로 변환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사회적 수용성 및 경제성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기술이 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는 여러 의견들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합의를 이룬 지점이 있다면,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것일 듯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구온난화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응책으로서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확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현재에도 주요한 대체 발전 방식으로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8년 국제에너지기구는 전년도 대비 감소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215메가톤은 발전 부문이 재생에너지로 전환된 결과라고 분석하였습니다. 덧붙여 2020년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된 영국 서섹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ISM)의 연구에 따르면, 재생 에너지 발전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원전에 비해서도 강력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재생에너지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어떤 발전 방식이 있고 각각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또 미래에는 어떻게 구현될지, 재생 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전망을 다음 편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