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을 폐교(치유농장 그린비네)의 서예서각 전시회

by 이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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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 삼도가 만나고 남한강(충주), 섬강(원주), 청미천(여주)의 세 물이 합수되는 삼합 지역을 아시는지? 지난 연말에 이곳 오지마을의 오래된 폐교에서 서예서각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1946년 개교되고 1995년에 폐교된 충주시 소태면 덕은리의 덕은분교. 이곳 덕은리는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마을이다. 이 폐교 덕은분교는 7년째 치유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심신을 치유하고 회복시킬 목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농업법인과 사단법인이 역량껏 버티는 곳.

느림, 내림, 멈춤, 쉼, 채움, 회복을 위해 ‘치유농장 그린비네’라는 이름으로 소리없이 존재하는 곳. 그린비네는 ‘온갖 그리움을 빚는 곳’이라는 순 우리말 작명이다.


이곳은 작은 다리 하나 사이로 한 마을처럼 지내지만 행정구역상 강원도와 충북으로 나뉘고, 마을 앞을 이쁘게 흐르는 남한강 건너에는 여주가 닿아 있다. 이곳 삼도, 삼합 지역의 주민들이 서예가 이일표선생의 지도로 10여년 째 서예서각을 하며 ‘어깨동무’라는 이름으로 마음과 실력을 갈고 닦는다. 50대 후반부터 80대 중반까지의 인근 주민들은 어깨동무를 한 힘으로 모진 코로나를 이겨내고 소박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흰눈이 소담하게 내리는 오지마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서예서각 전시회를 보기 위해 인근의 어르신들이 느린 걸음으로 구경을 오시고, 멀리서 소문을 들은 벗들이 반갑게 나들이를 오는 풍경은 대도시의 전시회 풍경과는 사뭇 다른 한폭의 그림이었다. 마을 이름대로 ‘덕이 숨은’ 덕은리에서는 누가 덕을 베푸는지 누가 덕을 누리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지켜보아도 구별이 안된다. 지친 서로의 어깨를 기대는 전경은 한 폭의 산수와 같은 느낌. 치유농업의 특별한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그 효과를 측정하고 결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그저 좋았다는 정성적 평가에 서로가 만족하는 곳.

그렇게 해가 저물고 날이 새는 곳.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은 곳. 오지마을 치유농장 그린비네의 묵향과 나무향은 왠지 모를 짠한 감동과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어깨동무를 한 이들이 저마다 온갖 그리움을 빚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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